아홉번째 파도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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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은, 그러면서 손에 잘 안 잡히고 달아나버릴 것 같은 안타까움.
<아홉 번째 파도>는 척주시를 배경으로 핵발전소 건설 찬반 이슈, 사이비 종교, 탄광과 비정규직, 시골 정치인의 경제 유착, 보건소 약 관리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개인의 드라마를 잘 녹여냈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송인화와 공익 서상화, 시의원 보좌관 윤태진이 주인공이지만 그외 척주에 사는, 선과 악 어느 편도 아닌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치밀하고 다층적이다. 동해안의 폐쇄적인 지방 소도시, 거기에 던져진 주인공 세 사람은 모두 각자만의 불행과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사랑은 끝나고, 다시 시작된다.
최은미 작가의 글은 처음 읽는데, 소설적 서사에 충실하면서도 생략과 여운을 살린 점은 현대적이다. 그 전에 소설집 2권을 냈고, 장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 중 하나인 권여선 작가님의 추천사도 참 좋다.

 

그날 서상화가 아빠의 얼굴에서 본 것은 멸시받는 게 만성이 된 사람의 표정이었다. 누군가가 일터에서 매일매일 오랜 세월에 걸쳐 인격적 모독을 당한다는 것. 그게 내 가족이라는 것. 그 사실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휘저어놓는지를 서상화는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먼저 느껴버렸다.
225p

송인화는 생각했다. 얼굴의 어느 선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심장이 내려앉는구나.
"누나."
"응."
311p

반핵 입장인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꿈꾸는 희망이 있었다. 찬핵인 사람들의 욕망 속에도 그들대로의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윤태진의 욕망에는 희망이 없었다. 윤태진은 미래에 대한 희망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없는 남자였다.
3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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