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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ㅣ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영리하고도 상업적인 기치 아래 잘 나가는 7명 여성 작가들의 단편을 모았다.
<82년생 김지영>으로 화제를 불러모은 조남주의 '현남 오빠에게'는 20대 여성의 독백이자 연애대상이자 결혼상대로 생각했던 현남에게 하는 말이다. 일단 재미있고 감정이입 팍팍 되고 잘 읽힌다. 남의 아들을 높여 부르는 '현남(賢男)'인지, '한남'의 비꼼인지 단순히 '현대 남성'인지 의도는 모르겠으나 제목도 잘 뽑았다.
오빠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 사람 하나 바보 만들어서 마음대로 휘두르니까 좋았니? -현남 오빠에게, 38p
언제나 유진이었다. 정순에게 폭언을 퍼붓고 화풀이하는 할머니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맞섰던 사람은, 그런 이유로 아빠에게 뺨을 맞았던 사람은, 정순과 함께 차례상과 제사상을 차리고 무례한 친척들에게 음식과 술을 나르던 사람은, ...... 정순의 이유 없는 신경질과,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독한 말들을 받아줬던 사람은. 전부, 유진이었다. -당신의 평화, 57p
끼니때가 지나 늦은 저녁을 먹는 남편은 앞에 앉아 있는 나한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핸드폰만 들여다봤다. 골라낸 콩이 밥그릇 옆에 지저분하게 굴러다녔다. 아들아이도 콩을 안 먹었다. 아들아이도 남편을 닮아 키가 컸고, 남편을 닮아 비염이 심했고, 남편을 닮아 수학을 좋아하고, 남편을 닮아 이기적이었다. "물!" -경년, 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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