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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맛 - 아침.점심.저녁.차
나가오 도모코 지음, 임윤정 옮김 / 앨리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나가오 도모코의 <하루의 맛>은 음식과 요리와 조리도구와 식기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저자의 경험치가 오롯이 녹아 있으면서도 조근조근 들려주어서 편하게 읽힌다. 공감 가는 지점도 많고 재미있었지만, 일본의 음식문화나 요리에 치중된 부분이 아쉽기도 하다. 나름 일본 마니아라 자부하는데, 생소한 화과자 이름들이나 조리도구가 나오면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요리에 대한 세심한 시선이나 내공이 느껴져 개인적으로는 좋았던 책.
앨리스라는 출판사는 <내 식탁 위의 책들>,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같은 재미있게 읽은 음식 관련 책들을 내서 믿음이 간다.
이상적인 아침식사는 어떤 것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아마도 특별한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손이 가고, 이제 막 잠에서 깨어 몽롱한 상태에서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그런 단순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10p
일본의 찻집에서 파는 팬케이크에도 나름의 개성이 있습니다. 굽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두껍고 무거운 생지의 특징을 살린 팬케이크를 오랫동안 고수하는 가게도 있고, 오래된 찻집이나 커피숍의 팬케이크는 완고한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어서 여행지에서는 아침을 호텔에서 먹지 않고 팬케이크를 목표로 찻집을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그곳에서라면 분명히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35p
채소의 맛을 한층 강하게 살리고 싶을 때나 찌듯이 끓이거나 찌듯이 굽고 깊을 때는 거의 스타우브 냄비를 사용합니다. 이것은 업소용에 적합한 냄비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인기가 높은 듯합니다. 무엇보다 스타우브는 뚜껑이 무거워 그 덕에 원하는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183p
스푼도 꽤 많이 가지고 있는데 스푼으로 요리를 덜고 수프를 뜨는 것이 음식에 얽힌 가장 행복한 동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형태나 재질이 마음에 들고 사용감이 좋은 커틀러리를 쓴다는 사소한 부분도 요리를 더욱 맛있게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요. 이것은 커틀러리를 쟁여둔 것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매일 사용하면서 느낀 것입니다. 196p
제 머릿속 교토의 과자는 화려하지 않고 능숙한 솜씨로 빚은 과자라는 인상인데 구리무시에도 그런 점이 잘 드러나 있다고 먹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양갱에 필적할 만한 심플한 형태의 과자가 가고시마에 있었습니다. 아카시야의 가루칸을 들 수 있습니다. 찐 과자니까 폭신폭신하고 탄력이 있지요. 눈처럼 하얗다기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단계 온기를 입힌 흰색이고, 남주 지방의 태평함이 감돌고 있는 듯합니다. 이처럼 제가 좋아하는 과자는 산처럼 많지만, 결국 지나친 장식으로 승부를 보는 대신 그윽한 풍정을 담아낸 화과자를 동경한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2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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