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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에 대하여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평점 :
아리요시 사와코, <악녀에 대하여>는 무려 1978년에 출간된 책을 번역하여 낸 책이다. 그럼에도 현대적인 이야기 구조가 독자를 빨아들이는데, 한 여자의 죽음을 둘러싼 27명의 증언을 사후에 듣는 방식이다. 일본 장르 소설가들은 이런 방식을 즐겨 취하는 듯. <유곽 안내서>도 그렇고.
여주인공 캐릭터의 성공을 향한 집념과 이중성, 미워할 수 없는 악한 부분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소설이 나온 시기가 오래된 만큼 약간 낡은 느낌, 대개의 증언들이 주인공을 옹호하는 평면성, 주인공 죽음의 이유가 모호해서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감안해야 할 듯.
그냥 슬슬 읽기에 재미있는 편이고, 여주 캐릭터는 잘 뽑은 듯.
내가 보석 장사라서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 아가씨는 잘만 연마하면 큰 가치를 낳을 원석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찬찬히 시간을 두고 길들여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귀족 가문의 사생아라면 아무래도 관심이 가게 마련이죠. 게다가 자기 말로는 열일곱살이라는데 내 눈에는 아직 열다섯 살도 안 된 어린애여서 당장 손댈 마음은 없었어요. 무라사키노우에의 성장을 지켜보는 히카루 겐지 같은 심경이었으니까 제법 각별한 맛이 있었죠. 네에. 123p
"아이, 난 모르죠. 그건 전혀 모르는 얘기예요. 귀가 지저분해지는 그런 얘기는 싫어요. 아름답고 올바른 얘기가 아니면 아무리 이익이 나도 전혀 기쁘지 않아요. 거절합니다. 나한테는 맞지 않는 얘기예요." 1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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