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는 여자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문학사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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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의 <품는 여자>는 1972년 일본을 배경으로 한 여대생의 갈등과 고민을 그린 청춘소설이다.
학생운동의 치열함이 남아 있으면서 여성에 대한 시각이 편협한 시대, 주인공은 마작과 술과 학생운동과 연애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정체성을 찾아나가기 시작한다.
키치조지의 재즈 바, 신주쿠의 대표적인 환락가인 골든가 등 배경으로 등장하는 거리들이 흥미롭다.  
어찌 보면 굉장히 감정적이고 즉흥적으로 매사를 결정하는 나오코의 심리에 몰입하느냐,가 소설의 재미를 좌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대학 시절도 생각나고 재미있었다. 기리노 나쓰오의 여러 작풍 중에서는 얌전한, 사실적인 풍에 속한다.
대중적인 내용은 아니라, 출판사에서 제목을 '품는 여자'로 정했을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2015년에 출간되었다. 아마존 리뷰 중에 '기리노 나쓰오의 팬으로서는 즐길 수 있었지만, 재미로서는 미묘하다고 생각한다'는 평에 동감.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은 비채, 황금가지 등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는데 이번에는 문학사상사다.

다소 올드한 표지와 컨셉-은 그래서일지도.

 

뭐 어때, 라고 대답이라도 하듯 나오코도 따라 웃고 종이봉투에서 산토리 올드 병을 꺼내 이즈미 앞에 쑥 내밀었다.
"우아, 올드잖아."
이즈미가 둥그스름한 까만 병을 손에 들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집에 있기에 몰래 가져왔어."
"잘했어."
학생이 마시는 위스키는 화이트나 니카, 끽해야 가쿠빈 정도였다. 올드나 리저브 같은 건 손에 꼽을 정도밖에 마셔보지 못했다.
93p

"손해 본다는 건 남자랑 잔 것 때문에?" 하고 이즈미가 이어서 물었다.
"그래.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기분도 별로니까 괜한 짓을 한 것 같아 후회되잖아. 그래 놓고선 누가 가자면 따라가서 자버리는 나는 뭘까."
"나도 그래." 이즈미가 동의했다. "뭐랄까, 여자는 남자가 자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취하나 봐."
"맞아. 남자가 원한다는 건 좋아한다는 거랑은 다른 건데 왜 착각하는 걸까."
100p

나오코는 황급히 뒤로 돌았다. 청바지에 항공점퍼를 입은 후카다가 잰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돌아봐.‘ 나오코는 속으로 빌었지만 후카다는 돌아보지 않았다.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는 뒷모습, 성냥을 도로에 내던지는 손목 스냅이 남달랐다. 재즈 드러머를 꿈꾸는 후카다의 눈에는 나오코 이외에도 다른 것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2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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