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
최정화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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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소설 <없는 사람>은 노조 문제를, 노조에 침투하는  일을 하게 된 남자 무오와 그에게 일을 주는 남자 이부를 통해 그린다.
리얼한 세계를 그리지만 사소설 같은 느낌이 강한 건 주인공 무오의 시선이 압도적이어서 그런 듯. 존재감 없는 무오가 자신이 잘못 끼어든 뜨거운 세계에 어리둥절해하는, 그리고 어딘가 변화해가는 과정이, 익숙한 이야기를 익숙하지 않게 그려내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아버지가 없는 세대-라는 것이 요즘 젊은 작가들의 테마인 듯 자주 보이네. 황정은과 최진영 사이의 어떤 느낌도 났는데, 좋은 의미로.
은행나무의 문예지 'Axt'에 '도트'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작품으로, 은행나무 발간.

 

 

박의 죽음을 통해 무오가 배운 것은 인간은 필요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이나 진실 같은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반대로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없는 일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건강했던 박은 갑자기 입사 때부터 체력이 안 좋았던 것으로 합의되었다.
p. 53

지금까지 그 누구와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무오에 대해서 그렇게 궁금해한 사람도 없었고, 충고나 조언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아버지는 매사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었다. 자기 몫의 생활을 이끌어가기에도 버거워 보였고, 무오를 낳고 기르는 것에 대해서도 매순간 당황스러워했다. (중략) 아무에게도 자기 얘길 할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무오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무오 자신조차도 자신에 대해서 점점 더 모르게 되었다.
p. 136

돈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사는 수밖에 없었다.
"돈을 벌고 있다."
무오는 그렇게 중얼거려 보았다.
p.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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