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룰렛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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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창비에서 발간된 은희경 단편소설집 <중국식 룰렛>.

 

뭔가 읽는 데 관념이 앞선달까, 겉멋이 느껴진달까. 이번 소설집은 전반적으로 잘 안 읽혔다.

일상의 사물들을 소재로 6편을 썼다는 소개가 있던데, 그런 의도적인 컨셉이 오히려 책을 망친 걸까.

가끔씩 은희경 작가 특유의 빛나는 성찰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는데,

엇갈린 부모의 인연을 다룬 '정화된 밤'이 가장 흥미로웠다. 

 

이번에도 싸인본. 무심한 작가의 필체가 마음에 든다.  

  

 




다니엘이 보기에 부모는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혼인성사에서 맹세한 성가정은 이루지 못했지만 틈틈이 가족 외식을 하고 휴가철에는 여행을 떠났으며 기념일마다 선물을 주고받았다. 이따금 호텔이나 극장에 가기 위해 함깨 저녁 외출을 하기도 했다. 젬마는 작가나 작사가가 되겠다는 국문과생의 흔한 꿈을 기억해내고 문화센터에 전화 문의까지 한 일도 있었지만 매번 집안일의 우선순위를 대며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요셉은 변화를 원하지 않는 젬마의 성격이 가진 장점을 환기시키며 그녀를 지지했다. 이십오년 전 자신이 젬마를 설득하는 데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은 이후 요셉은 한결같이 강한 자기주장과 관대한 태도라는 양날을 써서 젬마를 대했고 그것은 대부분 젬마가 자신의 현실에 대한 순응을 공고히 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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