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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탐정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평점 :
어떤 작가에 대해서는 실망할 때도 있는데, 하라 료는 변함이 없다.
과작인 편이어서 1988년에 마흔 넘어 데뷔했는데, 지금까지 총 6 작품뿐.
하드보일드 풍 탐정 사와자키가 주인공인 시리즈의 장편들은 다 재미있었는데,
이번에는 단편집 <천사들의 탐정>이다.
수록 작품들은 '000 한 남자'라는 공통의 타이틀을 달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소년이 본 남자'로
극적인 은행강도 사건 사이에, 자식과 부모의 관계 같은 것을 잘 녹여냈다.
'자식을 잃은 남자'도 한국인 음악가가 나와서 배경이 흥미로웠고.
다른 단편들 모두 십대 청소년들이 얽혀 있는데, 그들을 바라보는 사와자키의 시선은 쿨해 보이나 따뜻하다.
사와자키 캐릭터는 움직임이 적고 말도 터프한데, 사람이 간결해서 마음에 든다.
잭 리처와도 비슷한 캐릭터고, 사실 하드보일드 풍이긴 하지만 덜 마초적이고 여성 편력도 없다.
작가가 썰렁한 유머를 치는데 그게 또 엄청 웃긴다.
비채 출판에서 꾸준히 내주고 있는데, 책 디자인은 간결, 험블하다.
얇은 겉표지를 벗겨도 왠지 보람이 없는 속표지. 하지만
왠지 주인공 캐릭터에 어울리는 껍데기인 듯.
"범인이 아니란 게 확실하다니요?" "내가 청소년 선도위원으로 십사 년을 일했습니다. 그런 건 아이들과 오래 어울려 지내면 알 수 있게 되죠." "호오...... 오래 어울려 지내면 알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줄 알았는데요." 2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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