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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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떤 사람에게나, 장소에서나 환대 받고 싶어하는 존재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타인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이방인 취급하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마음에 안 드는 경우 왕따를 하기도 한다.

여자가 직장을 다니면서 사회 생활을 하면 싸돌아다닌다고 비하해 표현하기도 한다.

왜 그런 현상이 생겨나는 걸까.

서울대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현경 선생의

<사람, 장소, 환대>는 2015년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어 인문사회 분야에서 많은 조명을 받았다.


'환대'라는 개념을 어떤 사회 집단이 아닌 특정한 '장소'와 연결해서 전개한 점이

사회학적으로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인간의 관계와 인정 욕구에 대해 미시적인 관찰과 흥미로운 이론을 담은 이 책은,

인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무척 와 닿았다. 사람은 늘 소속할 장소와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하는 존재기 때문에.

내가 있을 장소가 있고, 환대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나도 타인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이 책의 키워드는 사람, 장소, 환대이다. 이 세 개념은 맞물려서 서로를 지탱한다. 이 세 개념은 맞물려서 서로를 지탱한다.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
현대 사회는 우리가 잘살건 못살건 배웠건 못 배웠건 모두 사람으로서 평등하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이다.
26p

태아, 노예, 군인, 그리고 사형수의 예는 사람의 개념에 내포된 인정의 차원을 드러낸다. 사람이라는 것은 사람으로 인정된다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사회적 성원권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말해서 사회는 하나의 장소이기 때문에, 사람의 개념은 또한 장소의존적이다. 실종자의 예에서 보았듯이 특정한 공간을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사람의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우리를 사람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게 된다.
57p

실제로는 여성의 사회적 성원권을 부정하면서도, 음양론에 의겨하여 여성과 남성에게 대칭적이고 상호보완적인 위치를 부여하는 성리학적 세계관이 좋은 예이다. 공간적인 차원에서 이 세계관은 여성에게 안을, 남성에게 밖을 할당한다. 그러면서 여성이 집 밖을 마음대로 나다니는 것을 금기시한다. 하지만 여성의 자리가 집 안이라는 말이 곧 집이 여성에게 속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성은 공적으로 성원권이 없기 때문에 사적인 공간을 가질 수도 없다. 다만 남성의 사적 공간인 집에 그의 소유물의 일부로서 속해 있을 뿐이다. (중략) 가부장주의는 지금도 한국 사회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 ‘집구석에 처박혀 있지 않고’ ‘싸돌아다니는’ 여자에 대한 혐오 담론 속에서 확인된다.
74~76p

하지만 세계를 집으로 삼는 사람 역시 어딘가에 집이 있지 않을까? 모든 장소에 속한다는 말은 어느 장소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말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올해는 이 나라에서 일하고 내년에는 저 나라에서 일하는 사람, 오늘은 이 도시에서 아침을 맞고 내일은 저 도시에서 밤을 맞는 사람은 아마 세계화 시대에 자본이 원하는 인간형이겠지만,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은 아니다. 현실의 인간은 그처럼 가볍게 삶의 근거지를 바꿀 수 없다. 그는 가는 곳마다 기억의 무거운 짐을 끌고 다녀야 하는데,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갈 때마다 이 짐은 점점 불어나기 때문이다. 쉽게 떠나는 인간이 되기 위해, 우리는 쉽게 잊을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2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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