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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전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12월
평점 :
2015년에 발간된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소설, 괴수전.
제목 그대로 어떤 산 속에 사는 괴물(괴수)에 대한 이야기다.
괴수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다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도 힌트를 얻었다고.
주인공이 여럿이어서 복합적 시점으로 전개되다가 하나로 모아지는 형식인데
그 시점들을 잘 따라가야 재미있다.
정치적인 문제와 얽혀 있는, 여러 계층 사람들의 삶을 폭넓게 들여다보는 솜씨는 여전하고.
무찔러야 할 대상이긴 하지만 '마음'을 가진 존재로 묘사되는 괴물에 대한 묘사는 흥미롭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다소 교훈적인 느낌이 들어서 재미는 좀 덜했다.
그러고 보니 늘 교훈적 시점-을 견지해 왔던 것도 같은데 이번에는 좀더 도드라진다.
좀더 잔인하고 무서운 괴물 이야기를 원했던 걸까.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의 무서움을 다룬다는 점에서 유사한,
교고쿠 나츠히코의 <무당거미의 이치>를 읽고 있는데- 사실 어두움의 밀도로 따지면 그쪽이 좀더 취향인 것 같기도.
사람 마음이란 꽤 잘 만들어진 거라고 했다. "말하자면 커다란 그릇처럼 기억을 담아 두는 역할을 하는데, 그 안은 다시 작은 방들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방마다 담아 두는 기억도 다르고 이용하는 방식도 다 다릅니다. 방마다 뚜껑을 덮었다 열었다 할 수도 있고요." 187p
"그때 동굴 같은 곳에 머리를 처박고 하룻밤 보낸 것 같더구나. 그러니 목이 뭉칠 만하지." 베개를 잘못 베어 목이 뭉친 것과 비슷한 거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요." 엎드린 미노키치는 콧등을 다다미에 대며 말했다. "다른 데가 더 아플 때는 느끼지 못하지. 사람 몸은 아주 잘 만들어졌어. 여러 군데가 동시에 아프지는 않아." 2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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