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 게임 키드들이 모여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까지, 넥슨 사람들 이야기
김재훈 카툰, 신기주 글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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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게임회사인 넥슨의 기업문화를 담은 책 <플레이>.

무척 재미있고 남는 것도 많았던 책.  

창업 21년차의 넥슨은 엔씨소프트와 함께 우리나라 RPG의 시작을 열었던 기업이고,

대형게임, 특히 MMORPG 중심의 엔씨소프트와 다르게, 캐주얼게임의 부흥을 이끌었다.

'게임 키드들이 모여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까지, 넥슨 사람들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3년간 넥슨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집대성했다.

그에 걸맞게 넥슨의 시작을 함께 했던 창업주 김정주부터 다양한 인물들을 생생히 그리고 있다.

 

'먼저 손 드는 사람이 일한다'는 분위기, '놀다가 보니 위대한 성과물을 내는' 문화 등

창의적인 스타트업 기업이 갖추어야 할 덕목들을 흥미진진한 기업史 속에 잘 녹여냈다.

신기주가 글을 쓰고, 김재훈이 그림을 그렸는데 글이 중심이고 카툰이 가끔 들어가는 식이다.

저자 신기주는 <에스콰이어> 등 여러 잡지에 기고했고, TV 방송 <비밀 독서단>에도 출연했다.

기업 역사를 담은 책이 뭐 그렇게 재미있겠냐 했는데,

재미있다. 저자의 필력 덕이다.

넥슨의 기업 문화가 '놀다 가'라는 데서 출발해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긴 했지만

코어 정신을 잘 지켜내서 1조원 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어릴 때 게임을 좋아해서 일본 판타지 롤플레잉과 창세기전을 섭렵했고

워크래프트에 푹 빠졌던 적도 있어서,

'퀴즈퀴즈'나 '바람의 나라' 같은 추억의 게임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그것도 막 좋았고.

'퀴즈퀴즈'를 응용해 교육사이트에 퀴즈게임을 접목해 기획한 기억도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첫 번째, 자기 일은 스스로 찾아 한다.
두 번째, 정말 재미있게 논다.
그렇게 자율적으로 일을 만들고 즐기면서 일하는 다양한 습관들은 자연스레 회사의 조직 문화로 자리 잡았고 그 특별한 문화는 회사가 큰 규모로 성장할 때까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제품을 설계하고 정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기존의 회사와 달리 재미있는 놀잇거리인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에 적합한 조직 문화였을 거다.
그 시절 넥슨은 그런 곳이었다. 애초부터 창업주가 놀러 오라고 해서 놀러 간 그곳에서는,
누구나 게임에서처럼 자기 역할과 미션을 선택해서 수행하는 게임의 주인공들이었다.
그래서 재미있게 오래 머무는 이들도 있지만 싫증이 나서 떠나고자 하는 이를 굳이 붙잡지도 않는 놀이터였다.
51p

요즘의 스타트업 개념으로 보면 넥슨은 스타트업의 교과서였다. 흔히 스타트업을 뚜렷한 창업 아이템을 믿고 모여든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착상 단계를 넘어섰을 때 백 퍼센트 만족스럽게 작동하는 기획은 없다. 기획이 뜻대로 전개가 안 될 때 스타트업은 내홍을 겪기 쉽다. 스타트업 창업의 기반은 빛나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끈끈한 인간관계다. 김정주와 송재경, 유정현이 그랬다.
67p

<퀴즈퀴즈>는 1999년 10월 출시됐다. 출시되자마자 대박이 났다. 두 달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PC방에선 <퀴즈퀴즈> 열풍이 일어났다. <리니지>에 필적하는 기세였다. <퀴즈퀴즈>는 캐주얼 게임 시대를 열었다.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의 성공으로 모두가 MMORPG만 바라보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작은 게임으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캐주얼 게임은 여성과 아이들을 게임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이제까진 개발자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었다. 송재경의 <리니지>와 정상원의 <바람의 나라>가 그랬다. 1세대식 접근법이었다. 송재경과 정상원이 넥슨 게임 개발의 1세대였다면 이승찬은 1.5세대였다. 사고와 행동이 달랐다. 1세대 시절엔 만들고 싶은 걸 만들면 소비자들은 곧장 호응해줬다. 소비자들은 아직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했다. 당연히 요구도 하지 않았다. <퀴즈퀴즈>는 개발자들에게 퀴즈를 던졌다. ‘유저는 어떤 게임을 원하는가?’ 소비자들이 즐기고 싶은 게임. 그것이 정답이었다. <퀴즈퀴즈>는 <리니지> 앞으로 보내는 넥슨의 대답이었다.

넥슨은 손드는 회사였다. "저요!"
창업주의 특별한 경영 철학이라기보다 개성 있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조직 문화였다.
"넥슨엔 뭐든 먼저 손드는 사람이 한다는 말이 있었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알아서 했고
회사에 어떤 일이 필요하다고 먼저 판단하는 사람이 그 일의 적임자가 되었다.
134p

MMORPG는 거시적이면서 동시에 미시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거대한 가상 세계 속에서 개개인의 캐릭터가 돌아다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세계와 개인을 모두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한다. 조물주의 자세가 필요하다.
196p

성공한 기업엔 성공 DNA가 있다. 기업의 DNA는 사람의 기억 속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유지되고 계승된다. 성공을 기억하는 조직원들이 조직에 많이 남아 있을수록 DNA는 더 선명하게 보존된다. 그래서 기업은 핵심 DNA 집단을 양성해야 한다. 어떤 기억이 유지되고 계승되기를 원하는지 선별하고 그 공통된 경험을 지닌 집단을 조직 내부에 배양해야 한다. 이걸 코어 그룹이라고 부를 수 있다. 코어 그룹은 기업 세포의 핵을 이룬다.
224p

만화영화에 등장했던 수많은 주인공 중 가장 단순한 모양만으로 전 세계인들의 감성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이른바 몰입 효과에 있어 미키마우스를 능가할 만한 게 또 있을까?
게다가 미키마우스는 이제 곧 한 세기를 맞이하게 될 긴 세월을 거치면서 사람들과 꾸준히 함께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속에서 살고 있다.
물론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로 미키마우스를 꼽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미키마우스를 싫어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세대와 지역을 넘어 성별에 상관없이 대부분이 공감하는 미키마우스에 대한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호감.
디즈니의 불가사의한 저력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2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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