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별로 소개되지 않은 만화가 아즈마 히데오.
1969년부터 활동하며 SF, 미소녀 물 다양한 장르를 그려온 작가다.
2005년 일본에서 출간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실종일기>는 그의 알콜중독, 노숙, 노동자, 알콜병동 체험을 그린 자전적 만화다.
데즈카 오사무 만화대상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한 이 책은 세미콜론에서 출간되었다.
개인적으로 알콜 중독과 노숙 문제에 관심이 많은 터라,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노숙을 하면서 쓰레기를 뒤져 끼니를 때우고, 술집 앞의 빈 병의 술들을 모아서 마시는 장면이라든가
알콜 중독을 이기지 못해 자판기에서 싼 사케를 서서 들이키고 쓰러지는 모습 등은
실화라고 가정하고 봤을 때 충격적인 한편 짠한 느낌이다.
이런 소재로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유머러스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1권만 사봐도 될 듯한데, 최근 출간된 2권은 알콜병동 생활만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나카지마 라모의 <오늘밤 모든 바에서> 이후 알콜중독 관련 최고 픽션이라 할 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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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곰팡이 핀 고기만두가 아무래도 신경 쓰이네. 결국 다음날 밤에 가지러 갔다. 껍데기에 핀 곰팡이만 벗겨내면 괜찮을 것 같은데. 하지만 얼어서 상했는지 아닌지 냄새로 판별할 수가 없네. 모닥불을 피워볼까. 23p
이제와 생각해보니 노숙자 생활을 했던 시절에 제일 건강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잘 먹고 잘 싸, 맑으면 일하고 비오면 책 읽어. 새벽 4시에 일어나면 두 시간 안에 하루 준비를 끝낸다. 그날 먹을 밥, 담배, 디저트, 술값, 마실 물을 확보한다. 문제는 낮에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이 남아돈다는 것. 주운 주간지랑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그냥 넓기만 한 어느 공원에서 뒹굴거리며 읽었다. 69p
방금 그게 알코올 금단 증상인가. 전문 용어로 이탈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15년 동안 매일 소주랑 위스키를 다섯 잔 정도씩 마셨는데 대체 어떻게 알코올 중독이 되었을까? 어느샌가. 갑자기가 아니라 시나브로 그렇게 된다는 것이 중독의 무서운 점이다. 환각을 보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술을 마셔야 한다. 그렇다고 다음 날 숙취로 여기저기 토할 만큼 많이 마셔서도 안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마시지 않으면 잘 수가 없다. 이 분량 조절이 어렵다. -1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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