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언덕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김미림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기타모리 고의 <반딧불 언덕>은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로 세 번째 권이다.

<꽃 아래 봄에 죽기를-리뷰>, <벚꽃 흩날리는 밤-리뷰>에 이어 출간되었다.

산겐자야에 위치한 가나리야라는 주점을 배경으로 다양한 미스테리가 전개되어, 요리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반딧불 언덕
고양이에게 보은을
눈을 기다리는 사람
두 얼굴
고켄

 

이렇게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다소 감상적인 분위기의 표제작보다는

오래된 상점가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천재 화가의 에피소드를 담은 '눈을 기다리는 사람'과

작가 되기의 지난함과 친구 간의 질투를 담은 '두 얼굴'을 흥미롭게 읽었다.

 

작가 기타모리 고는 48세에 별세하고,

이 시리즈도 이제 한 권밖에 안 남았다니 아쉽네.

 

 

 

겉표지를 벗기면 채색되지 않은 스케치 그림이 나오는데 수수한 매력이 있는 듯.

그 전 표지들과 다른 부분.

출판사에서는 속표지 색칠하기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요즘 취미 책의 대세인 컬러링북 아이디어를 따온 듯.

시간이 날 때 색칠해보고 싶으나, 소장용으로 한 권 더 필요하단 말이지.

 

 

 

 

P.S.

단편 '고켄'에는 일본 소주에 대한 흥미로운 구절이 나온다. 사케나 와인을 좋아하다가, 작년부터 일본 소주에 맛을 좀 들였는데.

일본 소주는 쌀, 보리, 고구마를 원료로 증류시킨 술로 도수가 센 편이다. 일본에서도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편.

소주 중에서도 보리 소주는 향이 강해서 쉽사리 적응하지 못한다. 쌀이 가장 깔끔하고 보리는 약간 구수한 향이 감돈다.

주석에서 알 수 있듯이 갑류는 우리나라 소주처럼 다른 물질을 첨가해서 저렴한 소주고, 을류는 원재료의 맛을 살린 고급 소주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화요 같은 증류주를 만들어내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쌀이 원료다.

단편 제목인 '고켄'은 작중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환상의 소주로 나온다. 그 미스테리는 책에서 풀어보시길.

`작가가 된 지 벌써 오 년짼가.`
원래는 취미의 연장이었다. 오랫동안 근무했던 회사에서 조기 퇴직해 달라는 권유에 응하는 형태로 그만둔 것까지는 좋았지만 목표가 서지 않은 상태에서 취미로 쓰던 미스터리 소설을 콘테스트에 응모한 것이 5년 전이다. 그게 얻어 걸렸다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데뷔의 계기가 되었다.
"취미는 취미로 남겨 두는 게 제일이야."
"일이 되면 정신적 피로가 쌓이니까요."
봄 양배추에 가볍게 소금을 뿌렸습니다. 깔끔한 맛의 드레싱을 얹어서 드시겠습니까. 입가심으로 딱 좋을 것 같습니다.
-136p

"요즘 소주에 맛을 들여서 말이야."
히가시야마가 말했다.
"푹 빠지셨나 보네요."
"응. 예전에는 소주 따위...... 특히 을류(乙類. 을류 소주의 준말. 일명 본격 소주로 불리며, 원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살아 있는 전통 방식의 소주)는 냄새가 좀 지독해야지. 마실 게 못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맛이 변한 걸까요?`
"그럴 리가 있을라고."
"어쨌든 가고시마의 고구마 소주에 푹 빠졌어."
"그건 특히 냄새가 심할 텐데."
"그게 그렇지도 않아. 좋은 고구마 소주는 말이야. 그 향이 우아하다고나 할까. 화사하다고나 할까."
-175p

알겠어?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불행이 있어.
백 그램에 팔천 엔이나 하는 최상급 소고기만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백이십 엔짜리 꼬치구이의 참맛을 잊어버리는 불행. 백이십 엔짜리 꼬치구이밖에 먹지 못한 채, 백 그램에 팔천 엔 하는 소고기의 맛을 모르는 불행. 어느 쪽이든 똑같이 불행한 거야.
가장 행복한 사람은 그 두 가지의 참맛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때에 따라, 그리고 욕구에 따라 각기 다른 참맛을 추구하는 사람이지.
-190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