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한입 - 박찬일의 시간이 머무는 밥상
박찬일 지음 / 창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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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가 창비 블로그에 쓴 음식 에세이를 모아서 펴낸

<뜨거운 한입>을 읽었다.

홍합, 계란, 아귀, 토마토, 어린 짐승 먹기 등등의 음식 재료들을 소재로 쓴

예상할 수 있는 글이지만, 그럼에도 이만큼 쓰는 이는 드물다며 재미있게 읽었다.

그와 내가 큰 세대 차이가 나지 않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의 20대, 30대가 읽기에는 좀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얼마 전 서교동 문학과지성 사옥에 오픈한 '로칸다 몽로'에 들러봤다.

와인을 한 병 시키고 안초비 샐러드 바게뜨, 안초비크림소스의 굴구이, 가리비 관자 한치 샐러드를 주문했다.

굴 구이는 굉장히 인상적인 맛이었다.

굴 즙이 촉촉하도록 잘 구워졌고 소스가 너무 강하지도 않았다.

그가 추구하는 뜨거운 한입-은 이런 맛 아닐까.


하지만 업장의 분위기는 뜨겁다기보다는 좀 드라이했다.

여자들끼리 오붓하게 와인 한 잔 하기에는 좋을 듯.

 

다자이 오사무가 중학생이 되어 고향 쓰가루에서 유학 와 머물던 곳이엇던가. 그곳의 한 이자까야에서는 보기에도 군침 도는 가지 요리를 판다. 주문을 하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 소금을 뿌려 쓴맛을 죽이고, 술에 재어 단맛을 돋운다. 그러고는 아주 천천히 숯불에 굽는다. (중략)
그래서 겨울이라도 술은 반드시 차가운 청주를 시킨다. 그 궁합이 절묘하다. 응축된 가지의 단맛이 폭발하고, 술잔은 비워지게 되어 있다. 밖에 천둥이 치든 폭설이 내리든 가지는 구워지고, 술잔은 엎어지고.
-183p

결핍은 우리의 혀를 변화시킨다. 나는 요리가 막힐 때 그 시절의 쏘세지와 쏘시지, 그리고 내 친구가 그리워하던 우유를 생각한다. 뭔가 모자란 상태에서 요리를 본다. 그러면 선명하게 요리의 그림이 그려지곤 한다. 뚜렷한 맛 하나를 중심에 놓고 요리를 구성하기 시작한다. 결핍이 원하는 단 하나를 일부러 드러내어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 모자라도 괜찮다.
-2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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