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모토 세이초의 <구형의 황야> 상,하

1962년 작으로, 일본에서 8번에 걸쳐 드라마화되었다.

 


나라(奈良)의 절들을 돌아보다 방명록에서 익숙한 필체를 발견한 세쓰코는

2차세계대전 당시 외교관으로 중립국에서 사망한 외삼촌의 글씨 같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출발하여 외삼촌은 왜 죽었는지, 어떤 정치적 배경이 있었는지, 남은 가족들은 어떠한지

등등 실마리를 풀어가는 두 권짜리 장편소설이다.


어렵다면 어려운 소재를 막힘없이 풀어가는 게 마쓰모토 세이초 옹의 장기인데

그렇다고 막 스릴있거나 재미있는 느낌은 좀 부족해서 읽는 데 오래 걸렸다.

7월에 구입해서 10월쯤 다 읽었다. 단번에 읽히지 않고 좀 지루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세이초 작품이라면 다 읽어줄 용의가 있어 하며, 다른 책 읽으면서도 끝까지 놓지 못했다.


일본은 2차대전을 일으킨 주역 같은 나라여서, 일본 국민이 느끼는 전쟁에 대한 감정은 사뭇 다른 데가 있다.

"일본의 패배를 바랬던 남자"의 이야기로 읽으면 더 흥미롭다.

 

 

차에 대한 묘사가 있어 남겨 둔다.

여기에서 묘사된 차는 '신선한 노란색'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엽차(호지차)일까. 

바닥에 잎이 아닌 가루가 가라앉아 있다고 썼는데 그 부분에서 순간 멈칫,하게 된다.

홍차가 녹차가 노란색을 띠지는 않을 것 같다. 녹차라면 아주 어린 잎 녹차일 텐데, 이건 일본보다는 한국 녹차에 가깝다.

1960년대 요코하마의 뉴그랜드 호텔에서 메이드가 내온 차의 정체가 궁금하다.


다키가 거기에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리고 메이드가 차를 들고 들어왔다. 손님이 왔기 때문에 서비스해 주는 것이다.

두 사람은 각각 메이드의 손을 바라보았다. 자연히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차는 투명할 정도로 신선한 노란색을 띠고 있다. 찻잔 바닥에 가루같은 차가 흔들리며 가라앉아 있었다.

다키 료세이가 얼굴을 든 것은 메이드가 문 너머로 사라지고 나서였는데 그 시선이 부드럽게 바뀌어 있었다.

"소에다 군"

다키는 후배를 불렀다.

-구형의 황야. 하. 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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