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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지난 9월에 나온 김영하 산문집 <보다>를 11월에 다 읽다.
일상적이고 감성적인 에세이 류가 아니라, 분석하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조립하는 스타일의 산문이다.
자신만의 관점은 누구에게나 있으나 그걸 뛰어넘는 통찰 내지 성찰은 김영하 같은 몇몇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게다가 그는 특히 '플롯의 구조화'에 능한 작가라서 산문임에도 각 편마다 읽는 재미가 있었다.
다음 편들은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나쁜 부모 사랑하기 : 아이는 자기를 덜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고,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바로 그것 때문에 아이에 대해 힘을 갖게 된다.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 놀라운 일을 글로 쓰면 오히려 믿기지 않으므로 특정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오딧세이아'를 통해 하고 있다.
-연기하기 가장 어려운 것 : 연기하기 가장 어려운 것은 자기 자신의 진짜 삶이다. 누구도 '컷'이라고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앞에서 날아오는 돌 : 대학생 때 점을 보러 간 작가, 그리고 전업작가가 되다. 운명인 '앞에서 날아오는 돌'을 피하지 말고 맞서라.
-예측 불가능한 인간이 된다는 것 : 사람의 일상에는 패턴이 있고, 그 일상적 패턴의 93%는 예측 가능하다. 이를 뛰어넘는 엉뚱한 시도들을 해볼 만하다.
작가의 말에서 책과 독서에 대한 산문 <읽다>와 공개적인 장소에서 행한 강연을 풀어 쓴 글 <말하다>를 석 달 간격으로 펴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굳이 세 권으로 나누어 펴내는 데는 출판사의 기획이 한몫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기대가 되고.
예전에도 <굴비낚시>, <랄랄라하우스> 같은 산문집이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시칠리아 여행기)>, <김영하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같은 여행기를 통해
간간히 자신의 이야기와 주장을 펼쳐오던 작가인데, 이번에 스타일이 좀 바뀌었다는 생각도 든다.
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감성은 빼고 이성은 늘린.
겉을 80%만 둘러싼 하얀 표지를 벗기면 이런 느낌이다.
디자인에 아주 공들인 느낌은 아니다.
굳이 이 책만이 아니라도, 책의 표지가 점점 얇아지는 것이 요즘 추세다.
용지의 그람 수를 줄여서라도 책값을 절감해보자 그런 출판사들 내부의 정책이 빤히 보인다.
소장하고 싶은 그런 책을 만들어 달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