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 백 권과 맞먹는 직장만화

미생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 - 전3권 ㅣ 미생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9월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의 한정판이 나왔다.

원래 만화는 9권인데, 3권으로 구성되어 박스 안에 들어 있는 '미생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

미생을 소문으로만 듣다가 이번에 구입하여 읽게 되었는데 정말 물건이다.

바둑에서는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完生)'이라 한다. 두 집을 만들기 전은 모두 '미생(未生)' 즉,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상태다.

'미생'은 조훈현 9단과 중국의 녜웨이핑 9단이 1989년 9월 겨뤘던 제1회 응씨배 결승 5번기 제5국(최종국) 기보를 복기하면서

‘한 수마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전개해 나간다. 조훈현 9단이 한국 바둑 역사상 최초로 세계 챔피언에 올랐던 바로 그 대국이다.

하지만 바둑을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대기업 인턴사원 장그래가 회사에 입사하여 업무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겪는 성장을 그린 만화다.

스토리와 그림체가 사실적이고 지독히 리얼한 현실에 기반하면서도 따뜻한 인간미가 넘친다.

만화로서 재미있으면서도 예술작품로서의 완성도도 높다.

‘직장생활의 바이블’, ‘협상의 달인’ 이런 류의 자기계발서가 시중에 많이 있지만 이런 책들을 백 권 읽는 것보다 미생을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대기업 상사맨들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릴 때에는 약간 ‘일(業)’에 대한 이상주의나 낭만주의가 보이긴 하지만,

그래서 지나간 시대에 대한 향수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건 사소한 단점이다.

그냥 재미있고 훌륭한 만화니까 한 번씩 보시길. 뒷북일지도 모르지만.

남들은 웹툰으로 다 읽고 환호하고 그럴 때 나는 몰랐으니까.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은 두께가 장난 아니어서 들고 읽기 힘들다는 단점 빼고는 마음에 쏙 든다.

그 무거운 책 세 권을 이틀 만에 읽어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