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도쿄 기담집>에는 5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마침 하루키의 신간, 역시 단편집인 <여자 없는 남자들>과 같이 읽었더니, 이야기가 뒤섞이는 기이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말 그대로 '기담'을 차용하겠다는 작가의 취지에 맞게 소설들은 '현실에서 일어날 법하지만 다소 기이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의 내용이 비현실적이거나 하지는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5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하나레이 해변'이다. 주인공의 대학생 아들이 호놀룰루 해변에서 서핑을 하다가 상어에 물어뜯겨 죽음을 당한다. 여자는 철이 안 든 아들 탓이라고 생각하고 담담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다만, 매년 그 해변을 찾아가 2주일씩 시간을 보낸다. 여자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였지만 그 기억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아닐까.
거기서 서핑하는 일본인 대학생 둘을 만나고 그들 속에서 아들의 모습을 본다. 여기에 약간의 기담(그 대학생들이 해변에서 외다리 서퍼를 목격했다는)이 더해진다. 하루키는 특유의 담담함으로 이를 묘사할 뿐이지만, 여자의 아픔은 절실하게 전해져 온다. 매년 해변에서 느린 시간을 보내는 치유의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엄마라서 그런지 자식 읽은 슬픔의 마음에 공감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하나레이 해변, 여운이 길게 남는 단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