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숲에 갔다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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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작가는 예전에 단편집 <아오이가든>을 읽고

좀 너무 기획성 짙은 것 같아서 실망했었는데.

 

이 책 표지가 너무 끌리는 거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는데 흡입력이 대단했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시골 숲에 고립된 남자와, 실종된 형을 추적하는 남자

그리고 수상쩍은 분위기의 마을. 스티븐 킹의 마을처럼- 뭔가 한통속이 되어 돌아가는.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장르소설 성격을 띄고 있는 건

최근 트렌드인 것 같다.

 

결말에서 약간 대충 얼렁뚱땅 넘어간다는 의심은 들었어도.

그 마을에 찌그러져 사는 인생 군상들이 흥미로웠고

음모론 가미된 탄탄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이 책으로 편혜영 작가가 좀 궁금해졌다.

편애하는 작가 강지영과 비슷한 분위기인데, 다른 맛이 있다.

좀더 찾아 읽어봐야지.

 

 

-책속에서

 

숲에부엉이가산다

박인수는 그것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숲에 부엉이가 산다니, 난감한 문장이었다. 부엉이가 숲이 아닌 다른 곳에 산다고 했으면 남다르게 읽혔겠지만, 숲에 부엉이가 사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당연한 문장을 여러 번 되풀이해 읽어나가는 동안 박인수는 참을 수 없이 외로워졌다. 자신이 검은 나무숲에 숨죽여 앉은 부엉이같이 느껴졌다. 바람이 불면 무거운 날개를 쳐올려야 하는 부엉이가 된 것 같았다. 사방을 감시하며 머리통을 돌려 눈을 굴리는 부엉이 같았다. 가까운 곳에는 없는, 먼 곳에 있어 간혹 눈에 띄는 먹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부엉이 같았다.

-183p

맞고 있는 이경인은 울지 않는데, 어느 순간 가장 먼저 주먹을 날린 최창기가 도리어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이거 알아? 우리가 동물보다 식물을 더 많이 때려눕혔다는 거? 동물보다야 나무가 낫지. 동물은 너무 시끄럽거든. 정말이지 말이 너무 많으니까. 하지만 조금 맞다 보면 다 똑같아져. 말이 줄어들어. 나중에는 모양도 나무와 똑같아지지. 점점 딱딱해지거든."

-2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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