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속 세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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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불연속 세계>는 다몬이라는 남자가 겪는 이상한 사건들을 엮은 옴니버스 단편집이다.

역시 다몬이 주인공인 장편소설 <달의 뒷면>과 동시 출간되었고, 지금은 달의 뒷면을 읽고 있다.

 

반양장본이고 표지는 달리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다음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보았다.

 

4 나무지킴이 사내 - 오래된 동네를 산책하던 다몬이 나무지킴이 사내를 목격하는 기묘한 이야기
1 악마를 동정하는 노래 - 죽음을 부르는 노래, 그 정체는 무엇인가, 분위기 오싹한 슬픈 이야기
5 환영幻影 시네마 - 영화 촬영 장면을 볼 때마다 끔찍한 일이 주변에 일어나는 남자, 그 원인은 뭘까 쫌 허무함
3 사구 피크닉 - 일본에는 요런 사구가 실제로 있나 본데, 아베 코보의 '모래 여자'를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달밤의 이야기
여기에 등장하는 M의 기념관의 'M'은 바로 마쓰모토 세이초 옹이어서 반가웠다!

2 새벽의 가스파르 - 온다 리쿠가 좋아하는 기차 여행 씬. 덜컹대는 밤 기차에서 술을 마시며 친구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라니, 꼭 해보고 싶구나


 

추리소설로 분류하기도 그렇고 약간의 괴담 소설로 봐도 좋은데, 그다지 무섭지도 않다.

다몬이라는 인물이 (작가가 의도한 거겠지만) 연필로 슥슥 그린 듯 존재감은 없는데,

중요한 순간에는 꼭 등장해 역할을 담당하는데 괴담의 분위기 자체를 부드럽게 만든다.

'그냥 세상에는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당신 주변에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그런 느낌이랄까.

 

"로버트는 어렸을 때 조립식 모형 같은 거 안 만들었어?"

다몬이 산책길에 발을 들여놓으며 중얼거렸다.

"만들었지. 타미야 키트를 얼마나 열심히 모았는지. 중학교 때 노르망디상륙작전을 그걸로 재현한 건 내 자랑거리라고.

타미야 키트가 내가 일본에 빠져든 계기가 됐지."

음, 과연 영국의 오타쿠는 다르군. 다몬은 속으로 신음했다.

"그런데, 그건 왜?"

"네덜란드에 있을 때 선생님이, 어린애는 왜 인형의 집이니 조립식이니 미니어처 장난감 같은 걸 좋아하는지 생각해봤다더라고."

"어른도 좋아하잖아."

"그건 그렇지. 하지만 어린애는 세계가 어떤 건지 알 수 있는 단서를 원한단 말이지. 자기가 사는 세상을 느끼고 싶다,

세계를 조감하고 싶다. 그 말은 즉, 자기를 객관화하려는 첫 시도인 셈이라는군."

"흠, 그래."

-41P

 

이런 식으로, 온다 리쿠의 소설은 스토리만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어찌 보면

주인공들의 입을 빌어 작가 자신의 사변을 늘어놓는다는 느낌도 드는데

이 점이 그녀의 소설을 다층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또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에서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 중에서는,

"일도 참 많이도 했네. 죽기 직전까지 썼다지?"라거나, "외의로 엔터테인먼트 계열도 많이 읽었군."

"내 책꽂이를 이런 식으로 남들이 구경하면 난 싫을 것 같은데." 같은 구절이 흥미롭다.

 

온다 리쿠는 작품 질이 오락가락하는데 요 책은 보통 정도 되었다.

지금 읽는 장편 '달의 뒷면'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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