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마다 소지의 걸작임에 틀림없는 이 작품은 20여 년 전에 발표된 형사 요시키 시리즈 중 하나다. 제목이 큰 흥미를 끌지는 못했으나 시마다 소지의 작품은 대체로 재미있게 읽고 있어서 구입했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시공사에서 펴내기도 했고. 책을 받아보니 요코미조 세이시 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의 흑백톤에 양각이 두드러지는 표지가 고급스럽다.  

우선은 무척 기괴한 '열차 안 춤추는 피에로' 이야기에서 시작되는데, 다음 장에서는 하모니카 부는 노인이 어떤 여자를 살해하고 이를 요시키 형사가 추적하는 이야기다. 일견 단순한 다툼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이는 살인, 하지만 엉킨 실타래를 풀듯 하나씩 과거의 비밀들이 밝혀지고 노인의 과거사가 드러난다. 이 주된 스토리 사이사이 노인이 쓴 짧은 이야기 4개가 소개되는데 그것들이 사건 해결이 열쇠가 되는 점도 재미있다. 끝까지 읽기 전에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하는 의문이 떠나질 않는다. 그런데도 마지막 장에서 모든 퍼즐들이 맞아 떨어진다. 홋카이도 배경의 열차 내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열차 트릭의 묘미도 즐길 수 있다.  

이 작품은 재미는 물론 감동과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쇼와시대의 어두운 시대상을 밝혀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개입되어 있음이 소설 내 구절에서도 드러나는데, 일본의 한국 점령 당시의 역사 문제를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 시마다 소지 작품 중에서는 최고로 꼽을 만한 소설이었다. 

   
 

"저 같은 전과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게 건방지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미야기 교도소에 있으면 쇼와 그 자체와 마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쇼와 그 자체?" 

"예. 혹은 쇼와라는, 무리하게 급성장한 시대의 일그러짐이랄까, 외상이랄까, 그런 것이 거기에 꾸역꾸역 쑤셔 넣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단한 선생님이나 고명한 작가 분은 결코 이런 말을 하지 않지만 저한테 글 쓰는 재능이 있다면 세상을 향해 그런 것을 쓰고 싶다고 몇 번쯤 생각했습니다." 

-15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