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온다 리쿠 여사의 좋은 작품들은 대부분 국내에 소개되었기에, 최근에 나오는 것들마다 조금은 실망하게 되는 것 같다. 작가의 작풍이 예전과는 달리 정통적인 내러티브를 좇아가기보다는, 연극 무대 같은 느낌을 조성하거나 하는 실험적인 쪽으로 변화하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많이 갖춘 작가-여서 버릴 수가 없다. 

이번 소설집은 단편 모음이지만, 언덕 위의 어떤 집을 배경으로 하여 '유령'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연작 단편이다. 9편의 이야기들이 서로 조금씩 시공간을 뛰어넘어 수직/수평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 유령의 집에서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사건의 주인공들이 아닌, 시대가 흐른 뒤에 그 집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전해들은 청자나 우연히 유령의 집을 방문한 주변 인물들에 의해 사건의 실루엣만 그리고 있어서, 본격 추리물의 느낌은 아니다. 아련한 느낌이랄까. 참 우아하게도 무서운 사건들을 그려내고 있다.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다음 구절이 작가가 이 소설을 쓴 의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을까요? 50억? 60억? 살아 있는 사람이 그만큼이면 죽은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겠죠? 그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어디서 살고 있을까요?  

세상은 점점 더 겹겹이 쌓이고 있어요. 우리들은 끝없이 쌓여갈 거예요. 

세상은 모두 우리들이 되고, 세상은 모두 유령이 될 거예요. 이제 곧 세상은 우리들의 시대가 되죠. 

우리 집에 잘 오셨어요. 

많은 기억들이 쌓인 우리들의 집에.  

-2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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