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하드보일드 형사 소설

폐허에 바라다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1월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는 2권짜리 장편소설이었는데 숨이 찼다. 담백하고 건조한 서술이 지루하게 이어진다는 느낌, 이어서 작가에 대한 평가는 보류. 그리고 단편집 <폐허에 바라다>를 만났다. 

홋카이도를 여행한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이 지역 배경 소설들이 왠지 애틋하고 끌린다. 추운 겨울 눈의 기억, 황량한 풍경 등이 기억에 남아서일까. 가령 기리노 나쓰오의 <다크>라든가 사쿠라바 가즈키의 <내 남자>라든가 하는 소설들이 그러하다. 일드 '자상한 시간(優しい時間)'도 후라노의 고즈넉한 커피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고요하고 품격있는 드라마로 기억된다.  

아무튼 중요한 건 이 단편집의 배경 역시 홋카이도라는 것! 그래서 소설의 정취도 더해지는 것 같다,는 건 순전히 주관적인 내 생각. 이 연작 잔편집은 정신적인 문제로 휴직 중인 형사 센도가 사건 언저리를 배회하며, 마치 하드보일드 탐정처럼 언더그라운드 모드로 슥슥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형사인데도 정식수사를 하지 못하고 탐정처럼 접근해 나가도록 한 장치가 소설의 흥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 작가의 문투는 여전히 건조하고 담백한데 이것이 홋카이도 풍경과도 묘하게 어울리고 단편이라는 형식과도 꼭 맞아떨어진다.  

다음의 6편이 실려 있는데, 표제작인 '폐허에 바라다'는 짧은 분량에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하여 감동을 자아낸다. '복귀하는 아침'은 센도가 복귀하면서 연루되는 사건인데 역시나 여자의 심리를 절묘하게 드러내어 재미있었다. 다른 단편들도 수준이 꽤 고르다.  

오지가 좋아하는 마을
폐허에 바라다
오빠 마음
사라진 딸
바쿠로자와의 살인
복귀하는 아침  

사사키 조의 다른 단편집이 나온다면 한번 더 보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