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걸 미미양의 모험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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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게 무슨 까닭으로 스파이가 되려 하냐고 물었습니다. 여자들은 모험을 싫어하지 않느냐고도 했지요. 나는 그의 말에 여자가 모험을 싫어한다는 것도 편견이다, 남자의 영혼만이 세상을 자유롭게 헤매고 싶은 것은 아니다, 라고 반박해주었어요.
"누나는 무섭지 않아요?"
"난 권태호운 일상을 견디는 게 더 끔찍해."
어렸을 적 읽은 이야기 중에 내가 가장 무서워했던 건 달걀귀신이 나오는 전래동화도 아니고, 아기 잡아먹는 호랑이 얘기도 아니었답니다. 그것은 결혼 첫날밤 집을 나가버린 신랑을 늙도록 그 방에서 기다렸다는 색시 이야기였답니다. 어떻게 그 긴 세월을 꼼짝 않고 한 사람을 기다리며 보낸단 말인가요. 시간의 무게만큼 무섭도록 끔찍한 것도 없습니다. 나는 침묵 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디느니 차라리 사자의 입 속에 머리를 집어넣어 내 운을 시험하고 싶어요.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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