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작은 거짓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여기 결혼한 지 3년차 된 부부가 있다. 루리코와 사토시. 베어 작가인 루리코는 집에서 베어들을 만들고 요리를 하고 침실에는 창작 베어들을 진열해 둔다. 영업사원인 사토시는 아침을 거의 안 먹은 채 출근하고 정시 퇴근하여 집에 와서는 혼자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을 한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건, 루리코가 사토시의 방으로 가져다주는 따뜻한 차 한 잔뿐일까? 에쿠니 가오리는 이런 물음으로 작품을 시작하는 것 같다.  

루리코와 사토시의 결혼생활은 '베어들처럼 정결하'지만 위태위태하다. 그 둘에게는 각자 애인이 생기고, 서로 그 사실을 감추며 평화를 유지한다. 사실 이 스토리는 참 평범하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는 그녀만의 독특한 문체로 불륜 섞인 결혼 이야기를 특별한 것으로 만든다. 그래서 자꾸만 이 작가를 구매하게 된다. 마치 달콤쌉싸름하고 부질없는 초코마카롱의 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듯이.  

소담의 책은 참 대충 만든다는 느낌. 그래도 에쿠니 가오리를 보유하고 있으니까 뭐. 이번 표지의 디자인도 돈 참 안 들인 간지.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있어 기록해 둔다. 

 

 

 

하루오에게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하루오는 언어를 주의 깊게 선택한다. 주의 깊게, 게다가 청결하게. 청결이란, 말하자면 손때가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때 그 자리에 발생하는 언어. 하루오는 일종의 동물적인 본능으로 자연스럽게 그것을 골라낸다. – 127쪽

 

 

 

   
  "사토시는 청결해."
루리코가 툭하니 말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면 알 수 있어. 당신은 절대 그 자리에 녹아들지 않아. 베어들처럼 청결해." – 143쪽
 
   

 

 

 

"그리고."
루리코는 간신히 입을 연다. 오싹하리만치 쓸쓸한 목소리가 나왔다.
"왜 거짓말을 못하는지 알아?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혹은 지키려는 사람에게."
루리코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 자신의 심장이 얄팍한 종이처럼 간단히 찢겨 나가는 것을 느꼈다. – 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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