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 윤대녕 산문집
윤대녕 지음 / 푸르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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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그 자체가 거대한 소음 덩어리다.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소리, 자동차 소리, 택시나 버스를 타면 승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틀어놓는 방송, 아파트 위층에서 아이들이 쿵쿵거리며 뛰어다니는 소리, 예고 없이 울려대는 초인종 소리,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리...... 이러한 온갖 소음들에 마침내 노이로제 증상이 생겨 급기야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자문을 구했더니, 고전음악을 들어보라고 했다. 소리에서 얻은 병이니 소리로써 치유해 보라는 얘기였다. 이는 마치 사랑 때문에 얻은 병은 사랑으로만 치유가 가능하다는 동종요법과 비슷했다.
과연 음악치료법은 효과가 있었다. 방문을 닫아걸고 심지어 불까지 꺼놓고 혼자 소파에 앉아 아름다운 선율에 취해 있노라면 어느덧 마음이 산속의 호수처럼 고요해지고 뜻밖에 소설적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10여 년 클래식 음악에 심취해 사는 동안 나는 오디오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준으로 귀가 더욱 예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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