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범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이철수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김율미는 밤늦게 다니지 않고 함부로 주장하지 않고 나지막이 이야기하고 실언하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다. 너무 참해서 소설을 쓸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는 말을 지나치게 들어서 신물이 났다. (중략) 그들이 나를 이성적이고 차가운 사람으로 알고 있다는 것, 오해하고 있다는 것에서 재미를 느꼈다. 어쩌면 이철수만이 나를 알고 있기에 그를 사랑하는지도 모른다.-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