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8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하자키라는 가공의 해안도시를 배경으로 한 하자키 일상 시리즈 두 번째. 이건 뭐 너무 재미있잖아, 마치 연속극을 보는 듯 편안하면서도 두근두근하는 전개. 첫 번째 권(빌라 매그놀리아의 사체)이 빌라 주민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인자 찾기에 주력했다면, 이번 권은 하자키 FM과 로맨스물 전문 헌책방, 그리고 지역 명문인 마에다 가를 중심으로 더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바닷가에 떠내려온 시체, 그는 마에다 가의 사라진 도련님으로 추정되고, 그냥 무작정 하자키를 방문했다가 얼떨결에 시체를 발견한 외부인 아이자와 마코토는-어쩌다 보니 헌책방(어제일리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리고 헌책방에서는 또다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시체는 도련님이 맞는지, 자살인지 타살인지 등등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자키FM의 프로그램 진행자 치아키와 커피숍을 운영하는 아버지, 하자키FM 사주인 마에다 마치코와 그녀의 딸인 미소녀 시노부, 그리고 로맨스마니아인 우아한 헌책방여주인 마에다 베니코까지- 캐릭터들의 통통 튀는 개성이 즐거움을 더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헌책방 주인 베니코 여사가 마코토를 채용하기 위해 로맨스물에 대한 지식을 측정하는 퀴즈를 내는 장면. 그 문답이 얼마나 웃기던지, 그리고 사랑스럽던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대목. 

밝고 경쾌하게 인물과 사건을 그려내는 데는 천재적인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 하지만 본격 추리물로서의 트릭이나 추리는 조금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작가다.  

   
 

"여쭤 보겠는데요, 이 가게는 로맨스소설 전문 헌책방인가요?"
노부인은 마코토를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고는 놀랍게도 상냥한 웃음을 지었다.
"아가씨, 로맨스소설 좋아하나?"
"네? 네, 그냥."
"흠, 그렇다면 내가 좋은 걸 골라주지. 그럼 검은 머리하고 금발 중에 어느 쪽을 좋아하나?"
"네......?"
"검은 머리가 좋다고? 좋아, 그럼 가슴 털은 있는 게 좋나?"
"네......?"
"없는 편이 좋다고? 좋아, 그럼 부자랑 야성적인 건, 어느 쪽이지?"
"부...... 부자요."
"그렇다면 이거군."
노부인이 사뿐히 카운터를 떠났다가 드디어 빅토리아 홀트의 )『사냥꾼의 달이 떠오를 때』라는 두 권짜리 로맨스소설을 손에 들고 돌아왔다.
-중략-
"빅토리아 홀트 같은 고딕계 로맨스 작가로 유명한 사람을 두 명 들어봐."
"메리 스튜어트하고 필리스 A. 휘트니, 일까요."
"스튜어트의 『이 난폭한 마술』을 번역한 사람은?"
"마루야 사이이치."
"필리스 A. 휘트니의 A.는 무엇의 약자지?"
"아야메. 일본어로 무늬."
"여자 이름으로 고딕 로맨스를 발표했던, 미국의 경찰소설 작가라고 하면?"
"힐러리 워."
"최근 일본어 번역이 나온 톰 새비지의 고딕 로맨스는?"
"『상속』."
"책 첫머리의 에피그래프에서 고딕을 뭐라고 정의했지?"
"고딕소설이란 젊은 아가씨가 집을 갖게 되는 얘기다."
"대단한데."
베니코는 이미 고수를 만났다는 눈빛이 되어 있었다.
-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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