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시리즈는,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뚝딱 읽어치우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책 무게가 가볍고 내용도 술술 잘 읽히니까. 때론 슬며시 웃음이 비어져 나오기도 해서 곤란했지만. 주인공은 검은 고양이 쇼타로와, 그의 여주인=미스터리 작가이자 어리버리한 캐릭터의 이혼녀. 이 콤비의 치고 받는(물론 고양이는 말은 못하는 걸로 되어 있어, 독백이지만) 대화가 너무나 웃겨서 말이다. 이 시리즈의 성공 포인트는 속 깊은 고양이 쇼타로와 덜렁대는 여주인의 근사한 조합이다. 

소설의 배경은 교토 부근 시가현의 일본 최대의 호수 비와호(琵琶湖, びわこ)로, 그 옆의 낡은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을 다룬다. (단, 4권에서 쇼타로의 주인이 도쿄로 이사하면서 배경이 바뀐다.)  왜 쇼타로 주변에만 이상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거냐 문제삼을 수도 있지만. 주인공을 미스터리 작가로 설정함으로써, 쇼타로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자연스러움이 부여되는 측면이 있다. 또 고양이나 애완동물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작가는 쇼타로 말고도 쇼타로가 짝사랑하는 토마시나, 센겐지 선생이 기르는 개 사스케 등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재미를 더한다. 애묘인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하다. (진지하다가도 고양이 먹이 하나에 눈빛이 바뀌는 쇼타로, 으-)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건이 소소하고 로맨스 분위기가 풍기는 단편도 꽤 많아 꼭 추리소설 마니아가 아니라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4권을 다 읽고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 7편을 골라 보았다. 아무 권이나 뽑아 아무 편이나 골라 읽어도, 감상에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단편마다 주인공, 배경 소개가 다양하게 변주되어 되풀이되니까), 한 권만 읽는다면 작품 수준이 고르게 높은 1권을 추천한다.

1권 :「빛나는 발톱」「쇼타로와 다잉 메시지의 모험」「쇼타로와 밀실살인」
2권 :「 나이트 스위츠」
3권 :「쇼타로와 비밀의 화원 살인」「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핑크」
4권 :「쇼타로와 튀김국수의 모험」 

궁금해서 쇼타로가 사는 비와호 지도를 찾아보았다. 

 

비와호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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