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7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와카타케 나나미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라는 놀라운 데뷔작 이래, 다양한 시리즈로 독자를 공략하고 있다. 그 동안은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인 <네 탓이야>, <의뢰인은 죽었다> 등의 연작소설들이 국내 출간되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장편소설.

하자키라는 가공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의 첫 권이다. 다음 편으로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가 출간되어 있다. 하자키는 고급 별장지인 가루이지와 옆에 있는 수수한 해변 마을로 그려진다. 여름이면 관광객들이 들어닥쳤다가 사라지는. 이 나름 평화로운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매그놀리아라는 빌라에 사는 주민들이 모두 살인 용의자 선상에 오른다. 그리고 근처 고급주택에 이사온 하드보일드 소설 작가 고다이 부부, 부동산업자인 고다마 부부도 모두 주인공이다. 이 수십 명의 주인공들을 다루는 데 어설프면 소설이 성립될 리 없겠지만, 참으로 인물을 스케치하는 솜씨가 능수능란하다.   

이 작가는 늘 '어떤 사람도 감추고 싶은 비밀(과거, 흠)이 있다'라는 전제하에 작품을 쓰는 것 같다. 이것이 진리이기에 소설 내용은 더욱 공감을 얻는 것 같다. 사건을 추적하는 수사반장 고마지와 신참형사 히토쓰바시 콤비도 제법 그린 듯 자연스럽다. 황금수프정이라는 매력적인 레스토랑의 묘사도 그렇고, 하드보일드 작가 고다이의 하드보일드스러운(?) 행동도 퍽 흥미로와서 소설을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것 같다. 

살인은 일어나지만 그 또한 일상적인 사건 속에 버무려지는 그런 구역, 하자키에 우리는 발을 들여놓았다. 웰컴 투 더 하자키!

   
 

난폭한 운전으로 주차장에 차를 집어넣은 쓰노다 고다이는 술 냄새를 풀풀 뿜어내며 차에서 내렸다. 그는 주차장 바로 앞에 떨어져 있는 커버 시트를 집어 벤츠에 정성껏 덮으려 하다가 그만뒀다. 내가 왜 이런 시시한 짓을 해야 하는 거야? 나는 당대 최고의 하드보일드 작가야. 그런데 어째서 이런 범부나 할 일을. 범부라고? 차에 시트를 덮는 것이 범부나 할 일인지 어떤지, 하드보일적 행동인지 어떤지, 그는 머릿속으로 고민하면서 흔들흔들 언덕길을 올라갔다. -30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