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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피 ㅣ 민음 경장편 1
김이설 지음 / 민음사 / 2018년 3월
평점 :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을 읽고 나서 골라든 김이설 작가의 책. 200쪽 안 되는 얇은 장편소설. 여기서도 주인공은 가난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짧은 키에 뭉툭한 손발을 가진 못생긴 여성이다. 30대가 된 주인공은 작은 오락실을 경영하지만 큰 돈은 안 벌리고, 그녀의 인생은 장애인이었던 어머니로 인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그 삶은 아무리 애써도 나아지지 않는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밥 줘'라고 마음대로 부를 만한 할머니가 있고 그녀가 유일한 가족이다. 가족, 그 지긋지긋하지만 다시 손 벌릴 수밖에 없는 관계. 큰 고물상을 하는 외삼촌은 폭력적이기 그지없고, 그 딸(주인공의 사촌)을 괴롭히는 낙으로 주인공은 성장해왔다. 그 뒤틀린 관계들을 작가는 묵묵히 그려낸다. 그런 삶을 한 부분 도려내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얼마나 살기 만만하지 않은지 오래오래 되새기게 된다.
다음은 2010. 8. 31 김이설 작가님께 작품 관련하여 트위터로 질문했는데, 솔직하고 친절하게 답변해 주셔서 감동받았던 걸 그대로 옮김.
Q. 김이설 작가님, 저는 베쯔라고 합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과 '나쁜 피' 잘 읽었고 다음 작품 기대하고 있습니다. 책 읽는 내내 왜, 그렇게 소외계층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혹 대답해 주실 수 있나요?
A. 안녕하세요, 베쯔님. 관심있게 읽어주시고, 이렇게 먼저 말을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보내주신 질문의 대답은- 매번 같은 답을 하곤 합니다만, 저는 제 소설이 '내가 사는 세상이 살만한 세상인지,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의문하기 위해서 읽히고, 또한 씌여지길 바랍니다. 배부르고 예쁜 사람들은, 착하고,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제가 아니어도 이미 다른 장르나, 다른 소설에서 만날 수 있으니 굳이 제까지 그렇게 쓰고 싶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소설 속 인물들은 '문제적인물'이어야 할 것이고, 그들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의 시선이, 이 지옥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 수월히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작가 개인적 경험의 문제, 혹은 성장과정 속에서 만난 어떤 사건, 은 없습니다. 저는 제가 바라보는 이들이 내 이웃이고, 또 나의 친구고, 그래서 결국 나의 현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답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140자로 나누어서 문장을 끊다보니 영, 어색하지만 색다른 기분도 드네요. 제가 사는 도시는 비가 그치고 두꺼운 구름이 가득입니다. 그래도 오늘 하루 건강하겠습니다. 베쯔님도 건재하시길! ('개인적 경험의 - 어떤 사건은 없습니다.'라고 말하고나니, 정말 없는걸까, 하고 자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정말 없을까? 없다, 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답했던 건 아닐까? 라는 자기 검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