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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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솔직히 말하면 나는 1Q84가 2권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읽었던 기억이 희미해서일까. 그래서 3권도 나오고 4권도 나올 예정이라니 무척 반가왔다. 죽은 줄 알았던 자식이 살아난 것처럼-까지는 아니지만. 하루키의 장편소설을 읽는 쾌감은 '다른 어떤 작가의 작품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총 31개의 장으로 구성된 3권은 역시는 소제목들의 대단히 멋지다. '다들 짐승이 옷을 차려입고 / 엄지의 욱신거림으로 알게 되는 것 / 세계의 룰이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 차가워도, 차갑지 않아도 신은 이곳에 있다'와 같은 제목들은 하루키만이 쓸 수 있는 문장 아닐까. 

이번 권에 등장하는 우시카와라는 인물은 아오마메를 추적하는 역할로, 주인공인 덴고와 아오마메와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남자 참 흥미롭다.머리 크고 못생긴 외모 탓에 어두운 성격을 갖게 되었으나 머리회전 빠르고 명민한 남자.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고 어둠의 거래를 하며 사는 남자. 그의 불행은 과거로부터 기인하며 그것은 덴고, 아오마메 케이스와 유사하다. 그리하여 나쁜 인물로도 볼 수 있으나, 자꾸만 연민이 간다. 만약 저번 권들처럼 계속 아오마메-덴고 시점으로만 보여줬다면 좀 덜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덴고의 아버지-NHK의 수금원이었던-가 문 앞을 돌며 애타게 수금하는 모습은 어찌나 집요한지(그 대사는 얼마나 리얼한지 우리집 앞에 그런 사람이 오면 납부 안할 도리가 없을 것 같다.), 어릴 적 일요일마다 그 손에 끌려 따라다녔을 덴고가 더욱 안타깝다. 어른들은 왜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하는 걸까?  

이번 편에서는 신비한 소녀 후카에리의 비중은 좀 약해졌다. 아오마메와 덴고가 만날 수 있을 것인가, 달이 두 개 뜬 세계에서. 이것이 가장 큰 주제였으며 마지막에 가면 그 궁금증은 풀린다.  

재미있었다. 문장을 읽는 내내 긴장감이 감도는, 그런 종류의 재미였다. 

   
 

단지 희망은 수가 적고 대부분 추상적이지만, 시련은 지긋지긋할 만큼 많고 대부분 구체적이지. 그것도 내가 내 돈 들여가며 배운 것 중 하나야. – 57쪽

 

 

 

   
  잔디 깎는 전동기의 취급설명서가 우연히 손밑에 있었다면 그걸 읽어주었을 것이다. 덴고는 가능한 한 명료한 목소리로 상대가 알아듣기 쉽게 천천히 문장을 읽었다. 그것이 유일하게 그가 유의하는 점이었다. – 70쪽  
   
   
  덴고는 다시 아버지가 남기고 간 침대의 우묵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닳도록 신은 수많은 구두를 생각했다. 날마다 수금 루트를 답파하면서 아버지는 오랜 세월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구두를 매장해왔다. 모두 비슷한 모양의 구두. 검고 바닥이 두툼하고 지극히 실용적인 값싼 가죽구두. 그것들은 너덜너덜 닳고 해지고, 뒤꿈치가 비뚤어질 때까지 혹사당했다. 거칠게 변형된 그런 구두를 볼 때마다 소년시절의 덴고는 가슴이 몹시 아팠다. 그가 가엾게 생각한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오히려 구두였다. 그 구두들은 이용당할 만큼 이용당하고 이제는 죽음이 임박한 가엾은 사역동물들을 연상시켰다. – 82쪽  
   
   
  가정을 해보자, 하고 우시카와는 생각했다. 여기서는 잠시 고명하신 '오컴의 면도날'의 법칙에 따라 되도록 심플하게 가설을 쌓아나가는 게 좋다. 쓸데없는 요인은 배제하고 논리의 라인을 하나로 줄여서 상황을 바라보자. –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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