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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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희망은 수가 적고 대부분 추상적이지만, 시련은 지긋지긋할 만큼 많고 대부분 구체적이지. 그것도 내가 내 돈 들여가며 배운 것 중 하나야.-57쪽

잔디 깎는 전동기의 취급설명서가 우연히 손밑에 있었다면 그걸 읽어주었을 것이다. 덴고는 가능한 한 명료한 목소리로 상대가 알아듣기 쉽게 천천히 문장을 읽었다. 그것이 유일하게 그가 유의하는 점이었다.-70쪽

덴고는 다시 아버지가 남기고 간 침대의 우묵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닳도록 신은 수많은 구두를 생각했다. 날마다 수금 루트를 답파하면서 아버지는 오랜 세월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구두를 매장해왔다. 모두 비슷한 모양의 구두. 검고 바닥이 두툼하고 지극히 실용적인 값싼 가죽구두. 그것들은 너덜너덜 닳고 해지고, 뒤꿈치가 비뚤어질 때까지 혹사당했다. 거칠게 변형된 그런 구두를 볼 때마다 소년시절의 덴고는 가슴이 몹시 아팠다. 그가 가엾게 생각한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오히려 구두였다. 그 구두들은 이용당할 만큼 이용당하고 이제는 죽음이 임박한 가엾은 사역동물들을 연상시켰다.-82쪽

가정을 해보자, 하고 우시카와는 생각했다. 여기서는 잠시 고명하신 '오컴의 면도날'의 법칙에 따라 되도록 심플하게 가설을 쌓아나가는 게 좋다. 쓸데없는 요인은 배제하고 논리의 라인을 하나로 줄여서 상황을 바라보자.-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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