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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간이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5월
평점 :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를 배경으로 한 시대 소설. <메롱>, <외딴집> 등 에도를 배경으로 한 여러 편의 작품 가운데서도 이 책은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에도, 술술 잘 읽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아주 괜찮은 3~4시간짜리 엔터테인먼트였다. 사실 <외딴집>은 좀 무겁고 <메롱>은 좀 가벼운 감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딱 그 중간이다. 그러니 시대물이 별로인 독자도 이 작품으로 입문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하급무사 헤이시로가 꽃미남인 조카 유미노스케를 대동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스토리인데, 7편의 연작 단편들이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큰 스토리를 이루고 있다. 에도 시대 서민들이 주로 살았던 다세대주택 나가야-長屋(なが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전 작품에도 이러한 배경이 등장한 적 있다. 관리인과 세입자 간의 끈끈한 의리라든가 갈등 등을 묘사하기 좋아서일까. 그리고 상인 계급과 오캇피키 같은 하급 무사들이 활보하는 세계. 그 묘사가 너무나 생생해 TV 드라마를 보는 듯이 편안하다.
작가는 몇 가지 질문을 물고 늘어진다. "왜 사키치 같은 초짜를 나가야의 관리인으로 보냈을까?", "나가야의 세입자들이 하나둘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뒤의 배후는 무엇인가?". 이를 밝히는 과정에서 오토쿠 같은 마음 따뜻한 걸걸한 여자도 등장하고, 젊은 시절 신세를 망치고 원한으로 사는 오캇피키도 나온다.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물론 우리의 허허실실 주인공 헤이시로다. 사건을 그대로 암기했다 들려주는 아이 짱구나, 측량에 미친 애어른 같은 미소년 유미노스케의 존재도 흥미롭다.
다음은 흥미로운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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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쿠는 뎃핀 나가야의 터줏대감 같은 사람이고 나가야의 심장 같은 여자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가야의 머리가 아니야. 어디까지나 심장이지. 뭘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여자가 아니거든."
"여자들이 다 그렇습죠. 그래서 어여쁜 게 아닙니까."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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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피어 출판사의 책들은 번역이 참 안정되어 있다. 연작의 느낌을 잘 살린 표지와 편집도 마음에 든다. 다만 주석 처리를 책 본문 가운데 하는 방식은, 개인적으로 좀 별로다. 아래나 뒤쪽으로 따로 표시하는 게 더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