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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산책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12월
평점 :
1. 요코미조 세이시의 국내 출간작 7권째로, 나한테는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1948~1949년에 씌어진 소설이라니 참 놀랍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특유의 애정과 원한, 끈끈한 혈육간의 근친상간 분위기, 병질(꼽추, 몽유병), 머리 없는 시체 같은 기괴한 분위기가 잘 녹아들어 있다.
2. 특이하게도 긴다이치 코스케 1인칭 시점이 아니다. 탐정은 후반부로 접어들어야 등장하고 이 소설에서의 비중은 좀 낮은 편이다. 그래서 더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범인을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마지막의 반전은 놀랍다. 그리고 그 반전에는 공감이 간다. 물론 독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불공평한 과거의 히스토리가, 늘 그렇듯 여기도 숨어 있다.
3. 이 책의 원제는 '夜 歩く(요루아루쿠=밤에 걸어가다)'이다. 그 의미는 몇몇 등장인물들의 몽유병을 빗댄 것이기도 하고, 낮이 아닌 밤에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존재들(후루가미 가문의 병력이나 묘한 혈육 관계)을 비유한 것 같기도 하다.
4. 표지가 참 아름답다. 시공사의 이 시리즈는 어두운 배경에 작품의 모티프가 되는 소재를 뛰어난 일러스트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등롱(밤에 걸을 때 드는 등불)을 든 여인이 소재인데, 여인이 목에 두른 뱀에 화려한 은박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