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2007년부터 본격적인 습작을 시작한 햇병아리 여류작가'인 강지영.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러한 선입견은 180도 달라질 것이다. 노련해도 너무 노련하고 익어도 너무 농익은 글발과 스토리 구축 능력, 더욱이 그러한 스킬뿐이라면 흥 하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작가 알맹이가 제대로다. 어두침침한 인생 군상들을 어쩜 이렇게 늙은이처럼 구수하게 그려낼 수 있는 건가, 작가 나이를 생각해보면 정말 의아해진다.  

추리라기보다는 스릴러 장르에 가까운 <굿바이 파라다이스>에는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벌집에는 벌이 살지 않는다', '사향나무 로맨스', '굿바이 파라다이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그녀의 소설에서 살인은 그저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일어난다. 죽은 후 살아나거나 소설 속 서술의 주체가 되는 일도 자연스럽다. 잔인하지만, 그 속에 인간의 눈물 같은 짠맛이 묻어난다. 단순히 '죽이기 위한 죽음'이 아니라 '필요에 의한 죽음'의 비중이 더 높다. 

무엇보다 작품 하나하나가 참 재미있다. 그리고 불모지인 한국 스릴러 장르에서, 지극히 한국적인(미국, 유럽, 일본 스릴러 흉내가 아닌) 스릴러를 써낸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작가의 말에서 강지영은 '할머니는 요긴하다. (중략) 그렇게 할머니는 내 손가락을 빌어서 소설을 쓴다. 말하자면 나는 할머니의 대필작가인 셈이다.'라고 쓴다. 아, 그녀 작품의 깊은 구비구비가 그렇게 탄생한 거구나 조금은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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