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이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검은 화집 2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9년 8월

<검은 화집1>을 사서 읽고 번역에 좀 실망하여 다시 2, 3권은 안 사보겠다 했었다. 도서관에 갔더니 있어서 빌려 읽었다. 역시 공짜로 읽는 책이라 그런지 번역은 좀 덜 거슬렸다. 후훗. 

이번 책에는 4편이 실려 있다. '끈'과 '한류'의 완성도가 좀더 높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마기 고개'는 오랜 역사적 사실의 한 토막을 발굴하여 소개한 느낌이고, '증언'은 그야말로 단순한 에피소드를 다룬 소품이다.  

흔히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면 '사랑이나 증오나 치정이나 돈 문제로 인한' 주변 인물에 의한 살인사건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수사자(형사, 혹은 주변인)는 알리바이 깨뜨리기에 가장 곤란을 겪는다. 그러다가 어떤 '아주 사소한 단서'에 의해 알리바이는 무너진다. '끈'은 이러한 연장선상에 놓인 소설이다. 

또 하나의 패턴으로 '여자 문제에 얽힌 중년남자'라는 소재도 있다. 1권에 나왔던 '언덕길의 집'처럼 '한류' 역시 같은 소재를 다룬다. 이 남자는 여자에 빠져 허우적대다 나타난 연적(친구)로 인해 인생이 막장까지 몰린다. 이 남자의 마지막 선택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저 구질구질한 현실세계를 바탕으로 한 사회파 미스테리 분야에서 이 마쓰모토 세이초만큼 능수능란한 작가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