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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하 ㅣ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3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미야베 미유키가 책임 편집을 맡아 작품을 고르고 주제별로 묶고 간단한 해제를 단,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이 드디어 완간되었다. 책을 받아보니 두께와 중량감이 있어 일단 뿌듯하다. 그래도 읽기는 순식간, 마지막 권이라서 더욱 아쉬운 느낌. 표지의 컬러가 상, 중 권과 무척 어울리고 책 만듦새가 참 단아하다.
총 8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 이번 작품집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작품은 '사이고사쓰'와 '국화 베개 - 누이조 약력'이다. 두 편 모두 논픽션 느낌을 살려 쓴 글로,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치지만' 환경이나 품성의 모자람으로 인해 '남들 눈에는 비루한' 생을 살았던 주인공들이 나온다. 사실 이 작가는 옛 문헌이나 고증을 잘 인용하기 때문에 어떤 작품들은 첫 몇 페이지가 퍽 지루해 보인다.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뭣하고 어찌 보면 순수문학 쪽에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몰입시키는 힘에 있어서는 순수 추리소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과다 지불한 중매 사례비'는 혼기를 넘긴 딸을 둔 시골 유지의 전전긍긍 심리가 흠이롭게 그려져 있고, '까마귀'는 별 볼일 없는 중년 남자의 탈주를 그린 작품으로 특히 마지막 문장이 놀랍다. '불의 기억'과 '뼈단지 풍경'에서는 인간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소소한 사건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논픽션인 '데이코쿠 은행 사건의 수수께끼'는 일본 최대의 은행 강도 사건의 진범에 대한 의문을 집중력있게 파헤친다. (위생국 직원을 가장하여 17명의 은행 직원들에게 독약을 먹이고 금품을 강탈한 이 사건은 사건 자체로도 퍽 흥미롭고 일본적이다.)
가장 긴 작품인 '살아 있는 파스칼'은 <검은 화집1>에 나온 '언덕길의 집'과 플롯이 유사하다. 여자에게 쥐여 사는 남자의 몸부림. 가장 대중적이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다. 범인을 밝히는 착상이 무척 흥미롭다.
아직 번역 안 된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들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