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블랙 캣(Black Cat) 17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이기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아이슬란드라는 나라를 알게 해준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그의 책들에서는 춥고 황량한, 하지만 그래서 시적인 레이캬비크의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세 번째로 읽은 그의 작품 <목소리>는 전작들만큼 만족스러웠다. 그는 순문학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문장력과 이야기 솜씨를 갖춘 작가다. 인간 내면 탐구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레이캬비크의 한 호텔에서 산타 차림으로 살해당한 도어맨. 다들 그의 존재조차 잘 모를 정도로 죽음에 무관심하다. 모두의 무관심 속에 형사 에를렌두르는 그의 죽음의 원인을 추적해 나간다. 마치 발굴작업을 하듯이 과거로부터 증오와 인간의 망가짐과 인생의 쓰고 단 순간들을 파헤쳐 나간다. 그의 모든 소설에서 '과거의 연대기'는 정말 중요하다. 그러한 발굴작업을 통해 한 인간의 생애가 낱낱히 드러난다. 죽은 자는 원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돌아가서는 안 되는 과거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 홀로 앉아 있었던 도어맨에 대해 "누군들 자신의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겠는가"라고 에를렌두르는 중얼거린다. 그 집이란 단순히 생활의 거처가 아니라 평화가 깨지기 이전의 '가족'을 의미할 것이다.  

그의 소설들을 읽으며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온다. 하지만 그 시련이 자신을 망가뜨리게 두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망가진 사람의 인생은 소설에서나 재미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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