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의 반어법 지식여행자 4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는 러시아어 통역사인 일본인으로, 어릴 적 프라하에서 공산당원인 아버지를 따라 생활한 적이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경험과 공산권 국가에 대한 관심을 살려 쓴 소설이다. 작가의 에세이는 좀 읽었지만 소설은 처음. "소설가로서의 재능도 있을까? 재미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올가라는 프라하 러시아학교의 무용 선생. 그녀의 삶에는 대체 무슨 비밀이 숨어있었던 걸까. 과거와 현재, 회상과 추적을 교차하는 형식으로 쓴 이 책은 그다지 재미없어 보이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있었다. 추리소설 기법과 논픽션 같은 분위기, 역사소설이 짬뽕된 이 책은 에세이스트의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참 좋은 작품이다.  

러시아 강제수용소에 대한 묘사에서 가장 끔찍했던 건 그게 몇 년이든 수용된 세월 동안 매끼니를 멀건 죽과 딱딱한 빵만 배급되었다는 사실. 음식에 대한 그 빈곤한 상상력이라니. 영화 올드보이의 원작인 일본만화 <올드보이>를 보면 한 남자를 가둬놓고 몇 년 동안 짜장면만 먹인다. 세상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고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아, 그렇게 먹으면 정말 미쳐버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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