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자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오정희라는 작가의 소설을 접한 건 대학 때였다. 서가에 꽂힌  문학과지성사 간 <유년의 뜰>을 펼쳐본다. 누렇게 바랜 종이에 1993년 9쇄 발간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무척 여성적이면서도 부서질 듯한 세계, 그것이 내가 받은 인상이었고 그녀는 나의 베스트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십여 년을 읽지 않다가 작가의 신작 소식을 접했다. 망설이지 않고 주문하여 받아든 책은 (인식하지 못했는데) 랜덤하우스코리아 간이다. 상업적인 분위기를 풍겨서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출판사. 표지를 벗기니 촌스러운 분홍색의 성의없는 속책이 드러난다. 역시나,랄까. 

소설이라고 하기엔 정말 짧은 이야기 25편이 실려 있다. 이런 걸 엽편소설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이렇게 짧은 이야기 속에 '인생의 한 장면'을 놀랄 만큼 압축적으로 담았다 싶은 단편도 있고, '어 이렇게 끝나나' 싶은 아쉬운 단편도 있다. 일상의 지루함을 이렇게 잘 묘사하는 작가도 드물 거다. 오랜만에 잘 숙성된 작가의 입맛 당기는 글을 읽어서 행복했다. 예전부터 이 작가 단편에 강했다. 아니, 장편을 쓴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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