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소녀
잭 케첨 지음, 전행선 옮김 / 크롭써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표지나 책 소개를 보고 연쇄살인범이라든지 사이코패스를 다룬 소설인 줄 알았다. 미국식의 잔인한 범죄물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서 구입을 망설였지만, '얼굴을 가린 이웃집 소녀의 사진' 그 뒤에 숨은 이야기가 궁금했다. 

화자는 10대 초반의 소년으로, 부모의 죽음으로 이웃집에 얹혀 살게 된 소녀를 지켜보게 된다. 그 소녀를 학대하는 주체는 1인이 아니라 다수라는 점이 놀랍다. 그리고 평범한 이웃사람이라는 점이. 그것이 실화라는 점은 더욱 끔찍하다. 사람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 것일까. 작은 악을 수용하면 더 큰 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최초의 작은 악을 덮어주기 때문데.  

소설 속에서 화자는 유일하게 소녀의 감정에 공감하는 인물이지만- 일이 그르치기 직전까지는 주도적인 해결을 하지 못한다. 10대 초반의 나이는 어른들의 횡포에 맞서기에는 너무나 연약하다. 그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이러한 '묵묵히 지켜보는 방식'은 정말 속이 타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한다. 화자가 없었다면 단지 공포소설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사건을 바라봄으로써 꽤 괜찮은 성장소설이 되었다. 

사람은 사람에게 어떤 짓이든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야 사람이다.  

사족으로, 그다지 묘사들이 읽기 괴로울 만큼 잔인하지는 않았다. 가슴은 아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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