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처럼 움직이는 주인공들

브루투스의 심장 - 완전범죄 살인릴레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 중에서는 <백야행>, <환야>, <악의>, <용의자X의 헌신>을 높게 치고, <레몬>, <아내를 사랑한 여자>, <회랑정 살인사건>, <게임의 이름은 유괴> 등은 재미없게 읽었던 독자다. 왜 후자의 작품들이 재미없었나 생각해보니, 그 공통점은 '기계적인 서술 트릭에 의한, 기교만 살아있는, 스토리 중심의' 작품이라는 거다. '인간'이 빠져 있는 것 같은 느낌. 개인적으로 사회파 미스테리를 선호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본격 미스테리도 아니다. 흠-  

아뭏든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은 되는지라 꾸준히 읽어주고 있는 작가. <브루투스의 심장>은 로봇을 연구하는 회사를 배경으로 릴레이 살인이라는 아이디어로 출발한다. 음- 인물에 공감할 여지는 없고, 주인공들이 로봇처럼 뚜벅뚜벅 움직인다. 그러다가 밝혀지는 트릭이라는 게 내가 보기에는 너무 초라하다. 릴레이 살인과 연관 없는 다른 복수극.  

이렇게 길게 쓴 것은, 나와 같은 취향의 미스테리 팬이 이 책을 피해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리 위주로 가볍게 읽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나름 만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