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계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온다 리쿠의 다른 근간 <한낮의 달을 쫓다>와 셋트로 읽은 소설. 두 책의 색깔이 많이 달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어제>가 닫힌 공간 속에서의 다중시점 살인자 추적 미스테리라면, <한낮>은 삼각관계를 베이스로 하는 미스테리 요소 가미 여행 소설에 가깝다.  

수로가 마을 전체를 감싸 흐르며 도는 가상의 공간이 있다. 작가는 독자를 '당신'이라고 지칭하며 자연스럽게 이 마을 속으로 걸어들어가게 만든다. 당신은 이 처음 보는 마을에 초대받은 것이 약간은 어리둥절하다. 세 개의 탑과 수로로 유명한 이 마을은 진공상태에 빠진 것처럼 고요하지만, 미스테리 소설이므로 사건은 필연적으로 일어나고야 만다. 언덕 위 다리 옆에서 한 남자가 살해당했고 그 남자는 외지에서 흘러들어온 이방인이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고양이 사건, 수국과 손수건 사건, 점과 선 사건 등 소설의 소제목들이 참 매력적이다.  우리는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씩 들으면서 나선형으로 사건의 진상에 다가서게 된다. 그 이야기들은 또한 시점이 모두 다르다. 그 마을에 오래 살아온 쌍둥이할머니 집 앞에 왜 손수건이 종종 떨어져 있을까? 왜 폭우가 내리면 고양이는 그 찻집에 나타날까? 이런 사소한 이야기들의 집적(集積)이 바로 '큰 사건'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작가는 들려주고 싶은 것일까? 

누구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써내는 온다 리쿠 여사의 꽤 괜찮았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어제의 세계'를 잊지 말고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반추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수로가 흐르는 공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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