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통신
배수아 지음 / 해냄 / 1998년 6월
평점 :
절판


우연하게도, 고려원에서 나온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라는 책을 접하고.. 첫 감상은 무슨 문장이 이래? 였다. 비문에다가 외래어인지 외국어인지 헛갈리는 이상한 단어들.
배수아, 이름도 가볍고. 그러다가 다시 그 책을 읽게 되었을 때, 나는 먼지나는 국도변에서 익지 않은 푸른 사과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종이봉투에 사과를 담아주는 장면의 생경함에 매료되었다. 종이봉투라니.. 까만 비닐봉지가 아니라..

영원히 그 주변의 국도변에서 어슬렁거리는 운명을 타고난 것 같은 덜 자란 어른들이, 배수아의 소설에는 반복해서 나온다. 그 후로 여러 장편과 중단편을 읽었지만, 가장 훌륭한 중단편집으로 나는 바로 <심야통신>을 꼽는다. 길 잃은 아이를 잡아먹는 늑대의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하는 등 다소 과격한 묘사들도 등장하는 이 소설집은 배수아다움이 가장 꽃핀 작품집이 아닌가 싶다. 데뷔 시절보다는 문장이 다듬어지고, 글이 무르익은 최근의 건조함보다는 수분이 많은, 그래서 배수아를 처음 읽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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