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재해석하여 일본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라 했다. 호기심이 일었다. 어릴 때 감명깊게 읽은 책. 늑대 같던 히스클리프. 상,하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쉼없이 읽히면서도 고전의 품격도 느껴져서- 만족했다. 딱히 폭풍의 언덕에 기대지 않고도 그 자체로 완성도가 높았다. 일본의 근대를 배경으로 한 계급의 문제를 아즈마 다로라는 청년의 일생을 통해 잘 풀어냈다. 덤으로 카루이자와라는 도쿄 주변 별장지가 눈에 그리듯이 들어오고 늙어서도 계속되는 수다스러운 세 자매의 우아한 놀이 등 흥미로운 일본 근대를 엿볼 수 있다. 오랜만에 받은 묵직한 감동과 여운. '일본소설은 왠지 가볍다'라고 생각한다면 말 그대로 본격소설인 이 책을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