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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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베트남 유전 개발의 이권을 둘러싼 분쟁 중에 일어난 피살 사건.  

주인공은 AN통신(아시아 넷 통신)의 기자 '다카노 가즈히코'.  

AN통신은, 공식적으로는 인터넷 상에서 아시아 각지의 사건이나 패션 정보등을 제공하는 회사이지만, 그 진짜 정체는 스파이 활동을 벌이는 첩보 단체입니다. 다카노는 부하인 '다오카 료이치'와 함께 이 사건의 배후를 캐기 시작합니다. 사업상 경쟁상대인 데이비드 김과 수수께끼의 미녀 AYAKO가 암약하고, 위구르 반정부 조직에 의한 폭파 계획의 소문이 도는 와중에, 다오카가 누군가에게 납치되고 맙니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파크 라이프, 퍼레이드, 악인, 사요나라 사요나라, 요노스케 이야기등 베스트 셀러이거나 영상화 되거나 해서 유명세를 탄 작품의 수만 해도 손으로 다 꼽기 힘들만큼 많습니다. 그중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라면 대부분 읽어보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소설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와 같은 작품은 읽어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 저자의 이름을 가리고 읽으면 이 작품이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이라고 알아채는 독자가 과연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그 정도로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의 향기가 아주 옅은 작품입니다.

 

요시다 슈이치의 본격적인 스파이 소설이라는 점에서 첫인상은 생소하지만,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이런 류의 소설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계속 써내면 어떨까 싶을 정도이고, 어쨌든 저자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서 놀랐습니다. 정통 스파이 소설보다는 화려한 액션을 동반한 헐리우드 영화 같은 스케일이라고 할까요. 일단 초반에는 등장인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잠시 혼란스럽지만 주요인물은 몇명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읽힙니다. 

 

첩보 기관, 수수께끼의 미녀, 한국의 첩보원, 홍콩의 실업가, 반정부 과격파, CIA 등등 스파이소설 느낌나는 재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게중에는 이건 조금 지나친 설정이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잠입 액션, 절체절명의 위기상황, 짜릿한 탈출,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비화나 따뜻한 인간관계 등등 다채로운 장면들이 있어서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는 충분히 즐길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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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앉는 자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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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1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동창회. 이 자리에서 최고의 화제는 단연 인기 여배우가 된 동창생 교코지만,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교코는 계속해서 동창회에 나타나지 않는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에는 엄밀히 말하면 흥미를 환기시키는 새로운 주제도, 이야기를 통해 눈뜨게 되는 사회문제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끌리게 되는 것은 이야기 속에 그려지는 사람들의 생생한 감정때문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이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태양이 앉는 자리는 저자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런 의미에서 결코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작품입니다. 고교시절 같은 반이었던 4명의 여자와 1명의 남자가, 10년 후에 지금의 상황이나 학창시절, 과거의 사건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이야기 해 나갑니다.
 
10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된 과거의 어린 자신의 미숙함. 상경해서 도쿄에서 살아가고 있는 친구에 대한 남은 자들의 질투. 누구나 보여주기 위한 얼굴과 진짜 얼굴을 적절히 바꾸어가며 살아갑니다. 성공한듯 보이는 그 어떤 누구라도 고민은 있으며, 다른 누군가를 동경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대가 품고 있는 악의를 눈치채고 있지만 겉으로는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복수할 기회를 모색합니다. 사람들과 살아가는 동안 그런 계산적인 마음은 누구라고 가질수 있는 것이지만, 평소에 그렇게까지 의식하는 일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는 이미 무의식 적으로 생각하고 결론을 내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그런 무의식적인 질투와 증오와 같은 추악한 악의들을 선명하게 문장으로 보여주고 생각나게 하는 것이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작가의 무서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서리쳐지게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가하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요.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인만큼 여느때의 미스 디랙션도 건재합니다. 이것은 역시 빼놓을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만큼 리얼하게 사람의 감정을 그려내는 작가라면, 반전 같은 것 없이 스트레이트하게 전개해 나가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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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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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한 듯 하면서도 이제는 읽지않고는 두고두고 마음이 편치않은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입니다. 무조건 재미있습니다. 먼훗날, 언젠가는 이 작가의 스타일에 질리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줄곧 홀릭신분을 유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딱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는것도,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남는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더글라스 케네디의 단골손님으로 남아있을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 이 작가가 타고난 이야기꾼이기 때문이라고 해야겠지요. 단지 훌륭한 반전이나 심금을 울리는 깊은 감동과 같은 어느 한 요소만으로는 설명할수 없을 것 같습니다. 중간에 쉬고싶지 않게 만드는 균형잡힌 템포,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뒤에 인자한 스승처럼 찾아오는 현자타임... 나와 내주변의 모든 사람들, 세상과 이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 그동안 살아온 인생의 궤적을 더듬으며 무언가 반성 비슷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작품 <파이브 데이즈>의 주인공은 병원에서 20년째 영상의학과 촬영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40대 여성 로라입니다. 남편 댄과 결혼한지는 올해로 23년째, 슬하에 19살의 아들 벤과 17살의 딸 샐리를 두고 있습니다. 남편과의 금술로 말하자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열정은 이미 사그러든지 오래고, 오늘도 무사히 흘려보냈다는 느낌으로 그냥그냥 유지해오던 가정생활은 남편이 실직한 이후로 힘든 나날이 되어버렸습니다. 남자는 밖으로 나가서 일을해야 인간이 된다는데, 놀고있는 남편은 의기소침해지고 매사에 예민해져서 짜증스럽고 잔소리쟁이에다, 그래서 로라로 하여금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전혀 느낄수 없게 합니다. 남편은 이제 완전히 자격지심에 짜증맨이라 어떻게 보듬어 보려해도 본인이 완강하게 밀어내기만 하니 같은 극의 자석처럼 서로 겉돌기만하고, 힘든 로라는 환자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요즈음 부쩍 감상적이 되어있습니다. 

 

이 불행한 느낌의 중년여성이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보스턴에서 방사능관련 학술포럼에 참석하게 되는데 이 기간이 5일입니다. 고작 5일동안 로라의 암울한 삶은 대반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운명같은 사랑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소재가 무엇이든 간에 여느때의 반전 스토리는 건재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로맨스도 로맨스지만 가족구성원 저마다의 깊은 이야기가 가슴에 남습니다. 나는 내 주위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깊이 알고 있는가. 더이상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후회할 일은 하지 말자 등등의 생각을 합니다. 또다시 책을 덮고 난 뒤에는 어김없이 현자가 되어 사색에 잠깁니다.

 

살아오는 동안 우리는 누구나 크고작은 마음의 상처들을 입습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이런 상처를 치유하는 노하우도 풍부할테지만 그렇지 못한 보통사람들의 마음의 상처는 다시 주위에 전염되기 쉽상입니다. 내 기분때문에, 혹은 내 처지때문에 주변사람들에게 다시 상처를 주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입니다. 더더군다나 어린시절에 입은 마음의 상처라면 회복이 불가능할만큼 더욱 치명적이지요.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인생이 꼬이는 아이들이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후회할일은 하지말자.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소중하다. 지나간 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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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생각법
하노 벡 지음, 배명자 옮김 / 갤리온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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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된 첫발을 내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식에만 국한 된 이야기는 아니다. 특정자산의 향후 가치변동을 예측할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우리를 수많은 오류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오류는 응당 손실로 이어진다.

 

경제전문가가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진심으로 합리적이라 생각하며 써낸 칼럼이지만 정작 글쓴 자신은 글에 반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하고 있음을 깨닫고 놀란다. 저자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통해 배우고(배웠다고 생각하고) 투자의 등대로 삼았을 테지만 과연 그 투자의 결과는 어땠을까.

 

사람들은 시세의 변동에 특정 패턴이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어떤 규칙으로 시세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고, 당연히 예측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무슨무슨 법칙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믿는다. 마치 신봉자들처럼.

자신의 상식과 계산안에서 가치가 움직여 줄거라는 착각을 범하고 있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있지도 않은 공식에 자신의 피같은 돈을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은 불규칙한 우연의 연속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우연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자 하는 노력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책을 읽고 나서 기술적 분석의 대한 의심과 회의감을 느끼지만, 그러나 무조건적인 불신은 아니다. 그것을 이해하는 방식의 전환과, 모두가 아니라고 할때 집단심리에 휘말리지 않고 혼자서도 네라고 할수 있는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확률에 집착하는 대신 현상의 본질을 궤뚫어 볼 줄 아는 안목이 있는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모두가 인간이다. 부자라고 해서 전지전능하지 않으며 재능에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생각하는 법은 다르다.

모두가 룰렛의 패턴과 확률에만 집착할때, 기울어진 룰렛의 축을 분석해 큰 수익을 올렸다는 영국의 방직 기계 기술자 조샙재거스의 사례(챕터2 : 부자들은 1%의 행운도 믿지 않는다. 도박사의 오류)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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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 모모푸쿠 - 뉴요커의 금요일을 바꾼 모모푸쿠 셰프 데이비드 장 스토리
피터 미한, 데이비드 장 지음, 이용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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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계 셰프 데이비드 장의 성공 스토리.

그가 추구하는 요리 철학과 그 만의 레시피가 스타일리쉬한 사진과 함께 담겨있다. 요리서적이라고 해야겠지만 스토리가 있는 레시피까지 포함해서 한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기분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화려한 장정은 소장욕구 불끈.

 

머더xx라는 욕처럼 들린다는 '모모푸쿠'라는 가게 이름은 '행운의 복숭아'라는 뜻의 일본어이다. 한국계 요리사이면서 어째서 일본식으로 네이밍했는가 하는 의문이 문득 들지만, 처음 그가 요리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읽다보면 그런 궁금증은 사라진다.

어려서부터 면요리를 줄기차게 먹어온데서 비롯된 라면에 대한 열정으로 본고장의 라멘을 배우기 위해서 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고군분투한다. 그런 일본생활 중에 발견한 복숭아 로고가 힌트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실제로는 일본어에 그리 능통한 것 같지는 않다. 

 

대학졸업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일찌감치 때려치우고 뉴욕명문 요리학교인 '컬리너리 인스티튜트'의 단기코스를 밟는다. 다른 일류 셰프들과 비교하면 다소 싱거울수도 있는 이력이지만, 결국은 지금의 성공이 그의 실력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성공은 운이 필요하지만, 노력한 만큼 운도 높아진다는 책속의 말처럼 성공은 피나는 노력이 바탕이 된 결과물일 것이다. 막상 찾아간 일본에서는 이렇다할 경력을 못쌓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4개의 브랜드로 사업을 넓혀가는 동안 직원들과 잦은 충돌을 빚어 온 것을 보면 그리 쉬운 성격은 아닌것 같다. 그렇지만 요리와, 그 맛을 손님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확고한 철학때문은 아닌가. 열정이라고 해두고 싶다. 요식사업에 대한 프로의 마인드와 방식을 엿볼수 있었다.

 

여기에 실린 레시피나 노하우도 재미있지만, 푸아그라라던가 햄과 같은 재료를 선택하기 위해 현지업체를 견학하거나 인터뷰와 같은 뒷 이야기들도 흥미롭다. 요리 에세이로서도, 레시피로서도 읽을수 있지만, 요리를 전공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모로 유익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데이비드 장의 성공비결은 역시 맛의 퓨전화이다. 요리에 공식은 없다, 맛있는게 최고라는 철학으로 동서양의 재료와 조리법이 골고루 뒤섞인 요리들이 줄줄이 소개된다.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이 요리들은 보고 있으면 몇번이나 뉴욕으로 날아가고 싶어진다. 모모푸쿠 쌈 바에서 음식을 먹는것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외국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다는 어느 평론가의 평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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