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더의 게임 클럽 오딧세이 (Club Odyssey) 5
올슨 스콧 카드 지음, 백석윤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를 침략해온 이성인들을 멸하고, 인류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사령관으로서 키워진 천재소년 엔더. 그런 엔더의 고독한 싸움과 성장을 그린 이 책 엔더의 게임은, 최고권위의 SF상인 휴고상,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했으며, 이후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장대한 엔더시리즈의 프롤로그 격인 작품이기도 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갈까 말까한 어린나이에 벌써 고독과 절망이 무엇인지 알아버린 아이는 도대체 어떤 아이인지. 이 아이에게 있어서 이 세상은, 평범한 아이들에게처럼 기분좋고, 편하고, 보호받고, 응석부리고, 작은 무지와 어리석음 정도라면 관용이 베풀어지는 그런 따뜻한 곳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이야기는 6살에 불과한 어린 엔더가 자신을 괴롭히려던 아이를 거꾸로 쓰러뜨려 버리고, 상대가 저항불능이 된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응징을 가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높은 지능과 통솔자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아 우주 함대의 지휘관 양성 학교에 편입된 엔더. 그 곳에서 외톨이인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엄격한 훈련과, 정도를 넘어선 높은 강도의 배틀 게임, 그리고 동료들의 질투와 견제였다. 작은 우정의 싹을 키워나가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고, 간신히 리더로서의 지위를 확립한 뒤에도 한층 더 몰아세우는 비정한 시련. 아무리 힘들고 가혹한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자신에게만은 결코 그 어떤 구원의 손길도 내밀어지지 않을것임을 확신하게 하는 나날들. 격심한 경쟁 사회속에서 어린 그가 배운 것은, 혼자의 힘으로 모든 장애물을 뛰어 넘어 버리는 것 외에는 살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 주저앉거나 망가져 버릴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불과 열한살의 나이에 유일무이의 절대적인 사령관으로 성장하지만, 그러나 엔더는 언제까지나 고독한 소년인 채이다.

장대하고, 섬세하고, 시사하는 바가 많은 작품이지만 조금 괴롭고 가슴아픈 이야기. 그렇지만 훌륭하다. 고난의 수렁속을 빠져나와 위대한 영웅으로, 답답한 학교에서 한순간에 거대한 우주속으로 거듭나는 한 소년의 성장 스토리, 그리고 통쾌한 반전은, SF소설이면서도 모든 취향의 독자들을 만족시킬수 있는 보편적인 감동을 준다. 조금 심술궂은 독자라면 읽으면서 "리얼리티가 말이야..." 하고 투덜댈수도 있겠지만(SF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이 작품이 진짜 걸작인 이유는, 전적으로 아이의 묘사력에 있다. 그 나이 또래의 보통 아이들을 말하는게 아니라,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고있는, 천재들의 심리묘사가 정말로 대단하다. 설정 자체는 오늘날의 독자들의 눈으로 보면 질릴만큼 평범한 인베이더 스타일의 SF지만, 고뇌하는 인물의 심리를 이정도까지 그릴 수 있다면 SF로서의 새로운 요소, 참신함같은건 정말이지 없어도 그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인물 조형에 있어서, 엔더와 그의 형과 누나의 캐릭터간의 상성이 꽤 좋다. 잔혹하고 교활한 성향을 감추고 정보 조작에 의한 세계 지배를 계획하고 있는 형 피터. 그런 오빠의 본성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도 그런 성향이 잠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면서 남동생을 지키려고 하는 누나 발렌타인. 발렌타인과의 감정의 교류가 없었거나, 피터와의 대립구도가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정말이지 한없이 잔혹 일변도를 달리는(한 아이의 성장과정에 있어서) 이야기가 되지 않을수 없었다. 게다가 그런 구도는, 아이들 사회의 파워 게임에만 치우치기 쉽상인 이야기를 적당히 환기시키고 리듬의 변화를 준다. 그리고, 엔더의 게임에서 주목해야할 부분중에 하나인 것이 바로 네트를 통한 여론조작의 아이디어. 이것이 이미 현실로 실현되어 버린 지금에 와서는 특별히 새롭다거나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겠지만, 다만, 일반인들에게 글로벌 넷의 개념이 아주 생소했을 1980년대 당시에 있어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받아들여졌을 듯 하다.

엔더의 <게임>이 끝난 뒤에도, 제법 오랫동안 긴 에필로그가 계속된다.〈버거 전쟁〉후의 전말이라든가 엔더 들의 성장 후의 모습이라든가, 이것저것 여러가지로. 그저 에필로그였을수도 있지만, 본편의 리듬과는 다르게 짧은 분량안에서 너무 광범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것이 후속편들을 위한 포석이였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엔더의게임 그 후의 이야기들이 우리나라에 소개가 될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멋진 에필로그가 무의미한 포석이 되지 않도록 아무쪼록 그 후속편들도 꼭 읽어볼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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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설 2009-09-0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속편(사자의 대변인, 제노사이드, 엔더의 아이들) 3편은 이미 오래전에 소개되었다가 절판되었습니다. 시공사판 사자의 대변인 1 주소 입니다.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08539 구해서 읽어보실수 있기를 바랍니다. 루비박스에서 계속 뒷이야기도 재간해주면 좋겠지요. 원서로는 피터, 빈등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여러권 시리즈가 더 나왔지만 아쉽게도 번역은 본 4부작 뿐입니다.

가레스베일 2009-09-0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은데 도저히 구할수가 없어서요. ^^;;
과학소설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