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2109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나?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네. 부끄러움을 외면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지.˝


우리나라 사람중에 윤동주라는 시인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학교다닐 때 누구나 <서시>, <별 헤는 밤>을 한번쯤은 읽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시가 참 좋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게 전부였다. 이후에 윤동주 시집을 사볼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런데 몇해 전 <동주>라는 영화를 봤었는데, 너무 인상적이었다. 흑백으로 그려지는 윤동주와 송몽규의 삶이 너무 멋있으면서도 안쓰러웠다. 그들이 시대를 잘타고 났더라면 얼마나 더 위대한 사람이 되었을까?


<동주> 영화를 인상깊게 봤지만 각본집을 살 생각을 하진 않았다. 원래 영상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다보니 각본집이라는게 나오는 줄도 몰랐다.그런데 최근 <헤어질 결심> 각본집이 유행하면서 관심이 생겼고, 거리의 화가님께서 <동주> 각본집을 구매하시는 걸 보고 나도 따라서 구매했다.


<동주> 각본집은 표지부터 인상적이다. 실제 윤동주와 송몽규의 모습이 저러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상반되면서도 서로를 위해 존재했던 두 사람의 모습. 표지만 봐도 눈물겹다.


각본집을 읽으면서, 윤동주가 조금만 더 요령있게 행동했더라면, 송몽규가 정치적으로 조금만 덜 적극적이었다면, 그래서 몇개월만 더 버텼더라면, 그래서 옥사하지 않고 해방을 맞았더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가장 크게 남았다. 왜 소중한 사람들은 그렇게 안타깝게 떠나는 걸까?


그래도 두 사람의 삶과 윤동주의 작품이 이렇게 후대에 영화로, 각본집으로 남겨질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겠다.



가장 좋아하는 시를 적어보자면...


<사랑스런 추억>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 동경(東京)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Ps. <동주> 각본집과 함께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 바람 세트>도 구매했다. 틈틈이 한국시집을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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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9-05 2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감동적입니다ㅠㅠ 바람 세트도 후회하지 않으실거예요^^
새파랑님이 뽑으신 시도 참 좋네요. 전 병원을 좋아하거든요. 이참에 윤동주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자야겠어요.

새파랑 2022-09-05 22:27   좋아요 2 | URL
화가님 덕분에 좋은 작품 잘읽었습니다~!! 하늘세트는 용돈받으면 구매해야겠습니다 ^^ 윤동주 시인의 작품은 모두 좋은거 같아요~!!

희선 2022-09-06 01: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윤동주는 더 살아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윤동주와 송몽규가 갇힌 감옥이 안 좋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감옥이 괜찮은 곳은 없겠지만, 거기보다 나은 곳도 있었을 텐데... 윤동주가 오래 살지 못했다 해도 지금 사람이 알고 윤동주 시집이 아주 사라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입니다


희선

새파랑 2022-09-06 08:02   좋아요 3 | URL
감옥에서 무슨 생체 실험 이런게 있었어서 더 그랬던거 같아요 ㅜㅜ 참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멋진 시집이 남아서 계속 읽힌다는게 정말 좋은거 같아요. 좋은 문학은 계속 남는다는게~!!

독서괭 2022-09-06 04: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참 쓸쓸한 느낌의 시네요. 전집세트 구매로 이어진 독서!ㅎㅎ

새파랑 2022-09-06 08:03   좋아요 3 | URL
<사랑스런 추억> 저 시 너무 좋더라구요. 그리움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coolcat329 2022-09-06 07: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동주 너무 가슴 아플까봐 못 본 영화입니다.
윤동주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화요일 아침 시작을 새파랑님 올려주신 윤동주 시로 시작했네요. 좋습니다.

새파랑 2022-09-06 08:04   좋아요 2 | URL
제가 영화를 잘 안보지만 저 영화는 정말 좋더라구요~! 시도 정말 좋고~!!

transient-guest 2022-09-06 1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아팠던 영화입니다. 시는 잘 모르지만 좋아해서 조금씩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가끔 소리를 내어 읽어보면 조금 더 속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새파랑 2022-09-06 12:52   좋아요 3 | URL
저도 시는 완전 모르지만 시라는 것 자체로 좋더라구요 ㅋ 보기만해도 흐뭇해지는? 😅

프레이야 2022-09-06 12: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각본집 담아두고 망설이는데 새파랑 님이 또 불을 지르시네요. 신연식 이 분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러시안소설 등 각본이랑 영화 작업 많이 했네요. 땡스투유 ~. 며칠전 동주 영화를 다시 보았어요. 그러며 몇몇 시가 다시 더 잘 들리더군요. 제게도 여러가지 기억을 다시 불러주셨어요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2-09-06 12:57   좋아요 2 | URL
영화 천재 프레이야님도 이 영화를 좋아하시는군요~!! 각본집도 나름 읽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신연식 이분 대단하신분이군요 ^^ 저도 방금 윤동주 시집 읽었습니다 ㅋ

청아 2022-09-06 1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그렇고 <사랑스런 추억>참 좋네요!!
‘부끄러움을 외면하는게 부끄러운 일이다.‘이 말도 슬프면서 인상적입니다.
도서관에 있길래 바로 담아놨어요^^*

새파랑 2022-09-06 12:58   좋아요 2 | URL
ㅋ 미미님 아마 이책 사실듯 합니다 ^^ 희망과 사랑을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 이 시 너무 좋습니다~!!

바람돌이 2022-09-06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주 영화 너무 좋았는데 역시 각본집도 있군요. 저 둘의 청춘이 너무 안타까웠던.....

새파랑 2022-09-06 17:53   좋아요 1 | URL
안타깝습니다 너무나 ㅜㅜ 영화도 좋고 각본집도 좋고 시도 좋네요 ^^

햇살과함께 2022-09-06 1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영화도 못봤네요. 봐야겠어요~
저도 위트앤시니컬 갔을 때 저 시집 세트 살까 잠깐 고민한 적이...... 안샀어요 ㅎㅎ.

새파랑 2022-09-06 19:11   좋아요 2 | URL
영화는 꼭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전 저 시집 세트 일단 다 구매했습니다. 사은품 컵도 에쁘더라구요 ^^

페넬로페 2022-09-06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직 동주 영화보지 못했는데 꼭 봐야겠어요.
두 배우도 좋아해요.
만약 동주에게 요령이 있었다면 저런 시가 나오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새파랑 2022-09-06 21:07   좋아요 2 | URL
저도 두 배우 좋더라구요 ㅋ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읽으면 어떤사람아지 알겠더라구요 ㅋ 영화 꼭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yamoo 2022-09-07 2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오른쪽 책 표지 그림이 끌리네요. 비슷하게 한 번 그려봐야 겠습니다!!ㅎ

새파랑 2022-09-07 20:50   좋아요 1 | URL
저 시집 세트 완전 소징각입니다~!! 그려서 꼭 보여주시길 ^^

서니데이 2022-09-07 2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유명한 드라마나 영화는 각본집이 나와서 다시 한 번 보기 좋을 것 같아요.
영상으로 본 내용을 다시 시나리오로 보는 건 느낌이 또 다르니까요.
잘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09-07 20:51   좋아요 2 | URL
벌써 하루가 끝났네요 ㅋ 책도 못읽었습니다 ㅎㅎ 하루 마무리 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mini74 2022-09-07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주 영화 좋아합니다. 새파랑님 말씀처럼 흑백이라 더 좋았습니다. 사랑스런 추억이란 시 정말 좋아요.

새파랑 2022-09-08 15:06   좋아요 0 | URL
역시 시잘알 미니님~!! 흑백이어서 더 애틋했던거 같아요 ^^

서니데이 2022-09-08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명절연휴 보내세요.^^

새파랑 2022-09-09 08:29   좋아요 1 | URL
오늘부터 명절 시작입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명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