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당신 이해하느냐고, 이 사형수를"

북플 하시는 분들 중에 <이방인>을 안 읽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 문장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까, 모르겠다.]


나에게 있어서는, 워낙 유명해서 유명한 "알베르 까뮈" 이지만 그의 작품을 <이방인>, <페스트> 단 두편만 읽어봤다. 그리고 처음 읽었을때는 그의 작품이 왜 좋은지 잘 몰랐다. 특히 <이방인>을 처음 읽었을 때 주인공인 "뫼르소"의 행동이 공감이 가질 않았다. 왜 저러지? 완전 냉소적이네? 왜 저렇게 감정이 없는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읽은 <이방인>은 나에게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의 감정이 없는게 죄일까?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 꼭 슬픈 감정을 드러내야만 진실인걸까? 라는, 처음 읽을때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이 일반적으로 만들어 놓은 틀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그 사람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게 맞는 것일까?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죄를 경감받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과는 맞지않은 항변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성하지 않는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내 생각)


그렇다고 "뫼르소"가 죄가 없느냐? 엄연히 그는 아랍인을 잔인하게 죽인 살인자는 맞다. 왜 하필 그날의 태양은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 날과 똑같았을까? 하지만 태양은 언제든, 어디에서든 똑같았다. 다만 그의 마음이 흔들렸던 것 뿐이었다.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 날과 똑같은 태양이었다. 그날과 마찬가지로 나는 특히 이마가 지끈거리며 아팠고, 피부 밑에서 머리의 혈관 전체가 한꺼번에 쿵쿵거리며 때리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그 뜨거움 때문에 나는 앞으로 한발짝 움직였다. 나도 그것이 어리석은 행동임을, 그러니까 한 발짝 자리를 옮긴다고 해서 태양을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한 걸음을, 딱 한걸음을 내딛고 말았다.]  P.85


하지만 그는 그 죄에 대한 것만 죄값을 받았어야 했다. 그가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불량한 친구와 어울렸다고 해서, 그가 어머니가 죽고 나자마자 연애를 했다고 해서 죄가 증가되어서는 않된다.

["그렇다면 피고는 어째서 총을 지니고 있었으며, 또 어째서 하필 그 장소로 되돌아간 것입니까?" 나는 그건 단지 우연이었다고 대답했다.]  P.122


하지만 이 모든 것과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결국 그는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 항소에 대한 생각이 있었지만, 그는 이또한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고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렇게 '이방인'으로 떠나가게 된다.

[삶이 그다지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 근본적으로 따지고 보면 서른에 죽으나 일흔에 죽으나 별 중요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나는 모르지 않았다.]  P.155


확실히 처음 읽을때보다는 두번째 읽고나서 더 작품에 대한 이해가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뫼르소"의 행동에 완벽히 공감가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서 "뫼르소"는 여전히 너무 쿨하고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싫다는 건 아니다. 단지 나와 다를뿐. 다름과 싫음은 결코 동의어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최근에 읽었던 <벨아미>의 "뒤루아"가 떠올랐고, 자연스럽게 "뫼르소"와 "뒤루아"가 비교되었다. 두 명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데로 죄를 저지르고, 도덕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삶을 살았지만 한명은 사형수로, 한명은 성공한 인생으로 나눠진다. 이유는 단 하나, '우연'이다. 누군가에게는 우연이 죽음을 줬지만, 누군가에게는 우연이 부와 명예를 주었다. 이렇게 보니 알수 없는 우연에 기대는 것 보다는 현실에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사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 리뷰는 너무 두서없이 쓴 것 같다. 이야기가 어려운 건 아닌데, 책속에 담긴 의미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어려운 것 같다. <이방인>을 읽으면서, 내가 이방인이 된 느낌? 어쨋든 이렇게 해서 '열린책들 35주년 세트읽기'  여섯번째 읽기를 끝냈다. 아직 14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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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8-31 13:3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찌찌뽕. 비슷한 시간에 올렸네요 ㅎㅎㅎ

새파랑 2021-08-31 13:48   좋아요 6 | URL
헉 ㅋ 소름돋네요 😅 이것도 우연에 우연인가 봅니다~!!

독서괭 2021-08-31 13:4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생 때 소외.. 부조리.. 하며 읽었을 때는 뭥미? 했는데 나이가 더 들어서 다시 읽으니 조금은 알 것 같더라구요. 열린책들 벌써 여섯권 읽으셨군요. 남은 열네권도 화이팅입니다^^

새파랑 2021-08-31 13:51   좋아요 6 | URL
<이방인>은 역시 까뮈의 카리스마 있는 표지가 가장 인상적인거 같아요. ‘까뮈 = 뫼르소‘ 같은 기분? 저도 한번 더 읽어봐야 이해가 될 거 같아요.
(저에겐 이런 비슷한 느낌의 책으로 카프카의 <변신>도 있어요. 이것도 열린책들 35주년 세트에 있던데😅)

그레이스 2021-08-31 13:5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매일 글을 올리시는 새파랑님 덕분에 조급해지기만 할뿐 저의 느림은 어쩔수 없네요 ;;
덕분에 이방인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새파랑 2021-08-31 14:31   좋아요 3 | URL
제가 리뷰 쓰기 전에 다른 책을 잘 못넘어가서요. 전 그레이스님 만큼 양질의 리뷰가 안되다보니 😅 그레이스님은 느리다기 보다는 완벽한거죠 👍

그레이스 2021-08-31 14:42   좋아요 3 | URL
👋😅

mini74 2021-08-31 13: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연 ㅠㅠ 저는 요번 주 로또당첨의 우연이 뿅 하고 나타났음 좋겠어요. ㅎㅎ 이방인과 벨 아미 닮은 듯 다른 듯 하네요 ~~

새파랑 2021-08-31 14:33   좋아요 4 | URL
요즘 갑자기 🇫🇷 작품을 많이 읽어서 프랑스에 급관심이 가네요. 저도 로또좀 ㅜㅜ 근데 로또 2장 사면 책 한권값이라는 😆

청아 2021-08-31 14:2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청소년기 저를 흔들었던 소설 중 하나~♡ 제목만 들어도 아직 가슴이 마구 뛰네요! 저도 다시 읽으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집니다ㅎㅎ😉👍

새파랑 2021-08-31 14:34   좋아요 5 | URL
역시 미미님은 청소년기에도 남다르셨군요~!! 반항아 미미님? 😆 다시 읽어보시고 리뷰 남겨주세요~!!

모나리자 2021-08-31 14: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교생 때 읽고 몇 해 전 다시 읽었는데 처음 느낌과 달랐어요.
번역 부분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세상에는 사람 수 만큼이나 감정도 여러가지고 한 가지의 잣대로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참 섬뜩한 명문장이죠.
9월에도 화이팅 하세요`새파랑님.^^

새파랑 2021-08-31 14:55   좋아요 5 | URL
벌써 9월이라는 ㅜㅜ 번역에 논란이 있었나 보네요. 저는 민음사 열린책들 이렇게 두가지 버전으로 읽었어요 😄 이방인에는 역시 좋은 문장이 많더라구요. 모나리자님도 9월 화이팅 하세요~!!

물감 2021-08-31 15: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방인 안읽은 사람 접니다 ㅋㅋ 파워당당

새파랑 2021-08-31 15:47   좋아요 4 | URL
물감님이 안읽으셨다니 놀랍네요~!! 서점에 가면 여러버젼의 <이방인>이 있길래 전 인기가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런건 아니었군요 😅 하지만 물감님은 책을 많이 읽으시니 일부러 안읽으신듯~!!

오후즈음 2021-08-31 15: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선 저는 세트 20권 주문부터 고고

새파랑 2021-08-31 15:48   좋아요 3 | URL
열린책들 35주년세트 작고 예쁘고(?) 싸서 소장용으로 좋은거 같아요~!! 강추합니다 ㅋ

바람돌이 2021-08-31 16: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리뷰를 읽으니 다시 봐도 뫼르소 욕할거같네요. 어릴 때 이방인 보면서 진짜 욕 많이 했는데 나이가 든 지금 다시 보면 뭔가 다른게 획기적으로 보일까 했거든요. 근데 새파랑님 리뷰 읽으니 별로 안 달라지겠다는 예감이 확 듭니다. ㅎㅎ

새파랑 2021-08-31 16:35   좋아요 4 | URL
아 욕하면서 읽으셨군요 ㅋ 전 욕까지는 아니지만 왠지 낯선 느낌이 들었어요. 뭐지 이사람? 하는 😅

Jeremy 2021-08-31 17: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If you like this book, ˝The Stranger˝,
I recommend you read ˝The Myth of Sisyphus˝
which was published in the same year, 1942
along with ˝The Stranger˝.

Camus expounds the tenets of his philosophy, ˝Absurdism˝,
the ideas of which form the basis
for much of the action of ˝The Stranger.˝

˝The Myth of Sisyphus˝ pins down the absurd precisely:
neither the world nor human thinking in and of itself is absurd.

Rather, the absurd emerges when human thinking tries
to impose its order, reason, and logic
on the meaningless or indifferent world,
a perpetual futile goal.

In ˝The Stranger˝, the absurd is clearly demonstrated
by the trial, the lawyers, and the numerous priests and Christians
who attempt to convert Meursault to religion.

새파랑 2021-08-31 16:43   좋아요 5 | URL
ㅋ absurd 뜻을 몰라서 사전 찾아보고 왔어요~!! 부조리라는 뜻이라니~! 영어공부 다시 해야할거 같아요 😅 저런 깊은 의미가 들어있다는게 참 놀랍네요. 저도 이 책에서 재판, 종교 이런것들의 부조리를 보여준다고 느끼긴 했는데 이해는 못한거 같아요. 시지프 신화 어려워보여서 안읽고 있었는데 읽어봐야 겠어요 😄

2021-08-31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31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1-08-31 16: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방인의 저 문장은 너무 유명하죠.
잊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나네요.
저는 좀 어릴때 이방인을 읽었는데 뫼르소가 무척 좋았어요.
솔직하고 담백해서 그런것 같아요^^

새파랑 2021-08-31 16:36   좋아요 6 | URL
페넬로페님 까뮈의 외모를 생각하고 읽으셔서 더 좋았던것 아닐까요? 😁
매력적인 캐릭터는 맞는거 같아요. 완전 쿨함~!! 옆에 있었으면 친구하고 싶은 스타일~!!

2021-08-31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31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8-31 17: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태양 말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저 문장조차요. 독서를 뭘루 하는지. 새파랑님 리뷰 볼 때면 기억 참 잘하신다 싶어 늘 감탄이요. 다시 읽는 것이 재독 아닌 일독이겠다는 ㅋ

새파랑 2021-08-31 18:00   좋아요 3 | URL
저 책에 밑줄긋고 읽어서 그런거에요 😅 저도 기억을 잘 하지는 못합니다~! 책읽기님 다시 읽으시면 좋겠어요~!! 새로운 책으로 다가올듯~!!

붕붕툐툐 2021-08-31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딩 때 한 번 읽고 작년에도 한 번 읽었는데, 다시 읽으니 좋더라구요. 어려선 뭣도 모르고 읽은 느낌? 이방인의 첫문장은 정말 소오름이죠!!

새파랑 2021-08-31 22:59   좋아요 1 | URL
역시 고딩때무터 남다르셨던 툐툐님. 전 고딩때 만화책이랑 무협지 보던 기억만 ㅡㅡ
이 책의 다른 건 기억 안나도 첫 문장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거 같아요. 쿨한 뫼르소~!!

희선 2021-09-01 0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방인 안 읽었어요 알베르 까뮈는 이름만 알고 읽은 책이 한권도 없네요 그냥 다른 데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방인 이야기도 많이 들은 듯합니다 어머니가 죽었다 해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그래도 다른 사람은 죽이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싶기도 합니다

새파랑 님 구월이에요 좋은 구월이기를 바랍니다


희선

새파랑 2021-09-01 00:14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자정이 지나서 9월이네요.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희선님도 즐거운 9월의 첫날을 잘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